눈은 사라지고 선인장 자란다… 기후변화 알프스가 달라졌다

이해준 2023. 2. 1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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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에서 눈은 점점 사라지고 선인장이 자라는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변화다.

스키로 달릴 수 있는 길이 인공눈으로 조성돼 있다. 지난 1월 4일 스위스 레이신의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에델바이스가 피던 스위스 발레주 알프스 산등성이에 점점 선인장이 무성해지고 있다.

발레주의 주도인 시옹에서는 부채선인장이 낮은 초목 지표층의 23∼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발레주 자연보호국의 생물학자 얀 트리포네스는“일부 지역에서는 선인장이 식물 서식이 가능한 지표면의 3분의 1까지 차지할 수 있다고도 추정한다”라고 말했다.

부채선인장은 발레주뿐 아니라 인접한 티치노주, 그리종(그라우뷘덴)주 등 다른 스위스 알프스 지역과 발레다오스타주, 롬바르디아주 발텔리나 등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스위스 당국은 생태 변화가 어떤 영향을 끼칠 지 주목하고 있다. 발레주 퓔리시는 지난해 12월 말 선인장 근절 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트리포네스는 “발레는 스위스의 생물다양성 핫스폿 중 하나”라며 “이 선인장들이 있으면 다른 것들이 자라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인공 눈길 위에서 스키를 즐기고 있는 모습. 지난달 7일 스위스 엥겔베르그의 모습이다. AP=연합뉴스


이 지역에 북미종인 부채선인장이 유입된 것은 늦어도 18세기 말로 추정된다. 선인장 식생을 오랫동안 연구한 지리학자인 페터 올리버 바움가르트너는 “이 종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영하 10도, 영하 15도도 견디지만 건조한 곳을 좋아하고 눈 덮인 곳을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부채선인장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한 것이다.

올겨울 알프스 스키장들이 눈이 없어 애를 먹을 정도로 산 저지대에는 눈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스위스 기상청에 따르면 스위스의 해발 800m 미만의 강설 일수는 1970년 이후로 반 토막이 났다.

바움가르트너는 “기후변화 보고서들을 보면 스위스의 (기온 상승) 곡선은 거의 북극만큼이나 가파르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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