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유죄, 다른 ‘전주’는 무죄…김건희 수사향방은

권남영 2023. 2. 11.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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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받은 주가조작 2단계 가담자들과 연관된 정황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아부다비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범들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이 사건에 직·간접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소장에 적시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 기간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년간으로, 검찰은 이를 범행에 가담한 인물과 목적, 방식에 따라 시기를 5단계로 나눈 뒤 전체 범죄를 포괄일죄로 구성해 기소했다.

재판부는 우선 검찰이 총 5단계로 구분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 가운데 1단계에 해당하는 2009년 12월∼2010년 9월의 범행과 2단계 초반인 2010년 9∼10월까지의 범행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공소 기각했다.

주가 조작을 주도한 ‘주포’가 1단계 이모씨에서 2단계 김모씨로 변경됐고, 범행 방식이나 주가 거래량 등도 현격히 변화한 만큼 별개의 범죄로 봐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1단계 주포였던 이씨는 김 여사의 계좌를 맡아 관리하며 주가조작에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여사 측은 이와 관련해 이씨를 전문가로 소개받아 주식 위탁 관리를 맡겼으나, 계속 손실만 봐서 1단계 기간인 2010년 5월 남아 있는 주식을 모두 별도 계좌로 옮긴 뒤 절연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가 이씨 범행에 공소기각 판단을 내린 만큼, 김 여사가 1단계 기간 이씨에게 계좌를 빌려준 행위에 대한 수사는 실질적 필요성이 상실된 셈이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보도. MBC 보도화면 캡처


다만 재판부는 ‘주포’가 이씨에서 김씨로 바뀐 2단계 2010년 10월 이후의 범죄는 포괄일죄 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고 이 기간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권 회장 등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김 여사는 2단계에 해당하는 2010년 10월∼2011년 1월에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십억원 규모의 매수·매도 거래를 통해 수억원 가량의 이익을 거둔 사실도 파악됐다.

김 여사 측은 이와 관련해 1단계 주포 이씨에게 돌려받은 주식을 정리하기 위한 개인적 거래였으며, 주가 조작 세력에게 계좌를 빌려준 것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권 전 회장 등의 재판 과정에서는 김 여사가 2단계 세력들과도 연락을 주고받거나 계좌 운영을 위탁한 정황과 진술이 여럿 등장했다.

검찰은 지난해 4월 법정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을 공개했다. 주가조작 2단계 선수 중 한 명이 운영하는 투자자문사 컴퓨터에서 발견된 것으로, 작성 일자는 2011년 1월 13일이었다. 파일에는 당시 김 여사의 계좌 인출내역을 비롯한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 관련 내용이 정리돼있었다.

2단계 주포 김씨가 김 여사의 계좌를 위탁받아 거래에 사용했다는 직접적인 진술도 나왔다. 김씨는 앞서 재판에서 2011년 1월 김 여사 명의의 계좌에서 이뤄진 블록딜(장외 대량 주식 매매)의 경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권오수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내가 거래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당시 거래 사실을 몰랐던 김 여사가 뒤늦게 ‘왜 이렇게 싸게 팔았느냐’며 따졌다는 증언도 있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관련 1심 선고에서 징역2년, 집행유예3년을 선고받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 여사가 직접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하면서 주가조작 세력과 연락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재판에서 공개됐다.

주포 김씨는 2010년 11월 1일 주가조작 가담자 중 한 명인 민모씨에게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씨는 ‘매도하라 해’라고 다시 메시지를 보냈고, 7초 뒤 김 여사 명의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민씨는 법정에서 김씨의 매도 지시가 권 전 회장을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김 여사가 유죄를 받은 주가조작 2단계 가담자들과도 연관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됐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전주’ 대부분 출석 조사를 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매매 금액이 컸던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주가 조작의 ‘몸통’으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게 집행유예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선고됐다는 점에서 ‘전주’ 중 하나로 의심받는 김 여사를 상대로 한 수사는 동력을 다소 잃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주’ 중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경우 ‘다른 주가조작 세력과 의사 연락 하에 매매한 공범임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주가조작 사실 인지’를 넘어 ‘주가조작 세력과의 연락·소통’까지 규명돼야만 공범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어서 김 여사를 비롯한 전주들의 처벌은 한층 더 까다로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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