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공장인 줄"…26층 빌딩서 수십만 마리 돼지 키우는 中
중국 후베이(湖北)성 어저우(鄂州) 외곽에는 26층 건물 두 동이 우뚝 서 있다. 건물 안에 있는 산업용 엘리베이터와 고화질 감시 카메라, 흰색 방호복을 입은 직원들 모습은 얼핏 스마트폰 등 첨단 제품 생산기지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이곳에서 나오는 건 휴대폰이 아니다. 여기서는 돼지 수십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에 있는 세계 최대 돼지 사육빌딩을 운영 중인 업체 '후베이 중신 카이웨이(湖北中新開維)'를 소개했다. 건물 두 동 중 한 동은 지난해 10월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 말 나머지 동까지 다 채워지면 연 120만 마리 사육이 가능해진다. 시설 투자금은 40억 위안(약 7437억 원)에 달한다.

NYT는 "런던 타워처럼 우뚝 선 건물 안에서 방호복 차림의 기술자들이 고화질 카메라로 돼지를 감시한다"고 전했다.
이곳은 출산·수유 공간, 아기 돼지를 살찌우는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먹이는 하루 100만 파운드(약 453t) 이상 공급하는데 돼지 무게나 건강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사료를 분배하는 '첨단 먹이통'을 쓴다. 배설물 측정으로 건강관리도 해준다. 배설물 일부는 공장을 돌리는 연료로 활용한다. NYT는 "말이 양돈장이지 아이폰 생산라인의 정밀함을 갖춘 '돼지를 위한 폭스콘 공장'"이라고 전했다.

설립자인 주거원다(諸葛文達)는 원래 시멘트회사를 운영했다. 그는 NYT에 "기존 직원 덕분에 철근 콘크리트로 된 초고층 양돈 빌딩을 지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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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밥그릇 놓치면 타인이 지배"
세계 돼지고기의 50%를 소비해 1위 소비국인 중국에 양돈 산업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 돼지고기 가격은 곧 생활 물가의 척도다. 돼지값이 비싸지면 민심도 악화하기에 정치적인 의미까지 띤다.

시 주석은 당시 연설을 통해 식량 자립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밥그릇을 안정적으로 잡지 못하면 타인의 지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2019년 중국 국무원은 대규모 양돈장에 대한 재정 지원을 포함한 '양돈 산업 지원에 관한 법령'을 발표했다. 같은 해 중국 정부는 더 많은 돼지를 기를 목적으로 과거 금지됐던 수직 건물 내의 양돈장을 허용했다. 26층 양돈 빌딩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중국의 도시화·현대화로 소규모 양돈 업체들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에서 연간 500마리 미만으로 돼지를 생산하는 농장 수는 2007년에 비해 75% 급감했다. 그 대신 후베이 중신 카이웨이 같은 '메가팜(대형 농장)'이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 공간에 돼지들이 지나치게 밀집한 메가팜의 경우 전염병에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아그리 트렌드 설립자인 브렛 스튜어트는 NYT에 "대규모 양돈 빌딩은 전염병을 악화할 수 있다"면서 "많은 돼지를 한 시설에서 함께 기르면 감염을 막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 미국 돈육 생산업자들이 "우리라면 절대로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고 NYT는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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