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참사 나흘째...사망자 2만명 "84년만에 최악"
1939년 북동부 대지진 피해 넘어설 듯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9일(현지시간) 2만명을 넘어섰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이 지난데다 여전히 최대 20만명의 시민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있어 사망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84년 전 기록된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북동부 지진으로 인한 피해 상황도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지진 발생 나흘째인 이날 누적 사망자가 1만7134명으로 공식 집계됐다고 밝혔다. 접경국인 시리아 당국과 반군이 밝힌 사망자는 3162명으로 늘어났다. 양국의 총 사망자 수는 2만296명으로 2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 수(1만8500명)를 훌쩍 넘어서면서 21세기 들어 7번째로 희생자가 많은 지진으로 기록됐다.
튀르키예 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낸 지진으로도 기록될 전망이다. 사망자 수 기준으로 지난 1999년 발생한 서북부 대지진 피해 규모(1만7000여명)를 넘겼고, 약 3만명이 사망한 1939년 12월27일 북동부 에르진잔주 지진 피해 상황도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당시 지진의 규모는 7.8로 이번에 발생한 지진과 동일한 위력을 가졌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에 따른 전체 사망자가 최악의 경우 2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지부 선임비상계획관은 다음 주부터 사망·부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지만 실제로는 금주에 벌써 사망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명 이상이 될 가능성이 14%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지진 과학자인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한 건물 아래에 갇혀 있는 시민들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6일 새벽 발생한 첫 지진을 기준으로 골든타임인 72시간은 이미 넘어섰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의 자연재해 전문가인 스티븐 고드비 박사는 "생존율은 24시간 이내에는 74%에 이르지만 72시간이 지난 뒤에는 22%로 뚝 떨어진다"며 "닷새째 생존율은 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매몰자와 생존자 등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추위와 굶주림, 절망에 휩싸여있다. 일란 켈만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재난보건 교수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경우에는 눈과 비를 동반한 영하의 날씨 탓에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들이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골든타임은 넘겼지만 현장 구조대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 국영 방송 TRT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분 아디야만에서 6개월 아기가 무너진 아파트 잔해에 갇힌지 82시간 만에 구조됐다. 이에 앞서 안타키아에선 2세 남자 아기가 79시간 만에 구조돼 목숨을 건졌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날 기준 11만명 이상의 구조 인력과 5500여대의 중장비가 지진 피해 지역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전 세계 56개국에서 파견된 6479명에 달하는 해외 구호대도 현지에서 구조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자 구조를 위해 급파된 우리나라 긴급구호대도 활동 개시 첫날 5명을 구조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까지 한마음으로 튀르키예에 구호대를 보내 구조 활동에 착수했다. AP 통신은 "아직 잔해에 갇힌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영하의 날씨 속에 구조대가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 10개 주에 걸쳐 광범위한 피해를 낳았다. 건물 6444채가 무너지면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극한의 상황에 몰리고 있다. 집을 잃은 지진 생존자들은 눈과 비를 동반한 영하권 날씨 속에서 자동차와 임시 텐트에서 밤을 보내고 있다. 임시 거처에 머무는 이재민은 75만명을 넘겼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많은 생존자가 지금 끔찍한 여건에서 야외에 머물고 있다"며 "수색·구조작업과 같은 속도로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2차 재난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파도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튀르키예 강진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을 40억달러(약 5조원)로 추산하면서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금액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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