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2023. 2. 10.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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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나라에서 일주일 휴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이 다단한 작업을 게걸음을 하며 단계별로 수행하는 것이 이 가게의 오랜 주문 방식인데, 그 모든 절차를 키오스크에 투입한 것이다.

어쩐지 사람 대 사람으로 주문할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만 같았다.

개인 맞춤형은 그래서 더욱 완전무결한 결과를 내야 할 것만 같지만 어떻게 보면 적당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툭툭, 훨씬 잘 던져주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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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따뜻한 나라에서 일주일 휴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한낮에도 영하권이던 날씨는 낮 기온 10도 안팎의 초봄 날씨로 탈바꿈했다. 사무실 내부를 비롯한 곳곳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 회사 근처 샌드위치 가게의 주문 시스템이 키오스크 주문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 가게의 주문은 굉장히 체계적으로 이뤄져 왔다. 일단 점원 앞에 서서 샌드위치 종류를 말한다. 이후 그에 맞출 빵과 치즈를 고르고, 어떤 채소를 넣고 뺄지를 선택한다. 열 개쯤 되는 소스 중 한두 개를 골라낸 뒤 마지막에는 세트로 주문할지 단품으로 살지를 결정한다. 이 다단한 작업을 게걸음을 하며 단계별로 수행하는 것이 이 가게의 오랜 주문 방식인데, 그 모든 절차를 키오스크에 투입한 것이다.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기계에 붙들려 있던지 한참을 기다려 점심밥을 겨우 샀다. 어쩐지 사람 대 사람으로 주문할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만 같았다.

기술은 개인화된 추천을 탁월하게 잘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SNS 페이지들이 나의 디지털 흔적을 모아 최적의 광고를 띄워 주는 일은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다. 커피 앱에서도 내 주문 이력을 바탕으로 상품 몇 개를 제시하는 일이 흔해졌다. 개인 맞춤형은 그래서 더욱 완전무결한 결과를 내야 할 것만 같지만 어떻게 보면 적당히 만족할 만한 결과를 툭툭, 훨씬 잘 던져주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이 옵션을 일일이 선택하는 것과 대충 말하면 알아서 적당히 골라주는 일 중 어떤 것이 결과적으로 더 큰 만족감을 줄까? 문맥을 잘 알아듣는 챗GPT가 “오늘은 피곤하니 고기가 들어간 달콤한 샌드위치가 당기는데, 먹고 나서 양치는 안 하고 싶네”라는 말에 ‘양파를 뺀 칠리소스 햄 샌드위치에 아이스아메리카노 추가’를 알아서 주문해줄 날이 언젠가 올지도 모른다. 완벽 맞춤형 키오스크의 피로감을, 설렁설렁하는 말 한마디로 바꿔낼 혁신을 기다린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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