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대지진’ 겪고도 안전불감… 2년된 건물도 절반 폭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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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를 강타한 이번 지진으로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유는 아파트, 상가 등 수천채의 건물이 종잇장처럼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내진 설계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부실 건물들이 대피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붕괴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1999년 1만7000명의 사망자를 낸 북서부 대지진 이후 내진 규제를 대폭 강화했으며 지진세를 걷고 각종 방진 규제를 신축 건물에 적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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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위반 어물쩍 넘긴 정부 탓 지적
튀르키예를 강타한 이번 지진으로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유는 아파트, 상가 등 수천채의 건물이 종잇장처럼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내진 설계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부실 건물들이 대피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붕괴했다.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당국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전파된 건물은 5700채 이상이다. 외신들은 “다층 건물들이 이른바 ‘팬케이크 붕괴’돼 인명피해가 엄청났다”고 분석했다. 팬케이크 붕괴란 위층이 바로 아래층으로 떨어지며 여러 층이 마치 팬케이크처럼 겹겹이 쌓여 무너지는 현상이다. 미국 구조엔니지어링 전문가 매티스 레비는 지난 7일 뉴욕타임스(NYT)에 “무너진 대다수 건물은 내진 설계가 전혀 안 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콘크리트를 지탱하는 철근도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BBC는 이날 튀르키예 당국의 건축 안전규제가 허술하고, 규제가 있다고 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지진이 강타한 동부 도시 말라티아의 한 붕괴된 빌딩은 지난해 완공됐으며 최신 방진 규제를 통과하고 최고의 자재와 기술로 지어진 1등급 건물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의 한 아파트도 2019년 지어졌지만 반쪽으로 쪼개져 한쪽이 폭삭 내려앉았다.
방진 설계가 적용됐다면 아무리 강한 지진에도 건물은 골격을 유지한 채 서 있어야 한다는 게 건축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데이비드 알렉산더 교수(재난학)는 “이번 지진이 매우 파괴적이었지만 내진 건물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준은 아니었다”고 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1999년 1만7000명의 사망자를 낸 북서부 대지진 이후 내진 규제를 대폭 강화했으며 지진세를 걷고 각종 방진 규제를 신축 건물에 적용해 왔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부 묵인하에 부실시공, 불량자재 사용 등 관행이 이어졌다고 NYT는 꼬집었다. 튀르키예 토목기술자 에롤 키르타스는 NYT에 “새로 건축돼 내진 설계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 다층 건물들도 건축 과정에서 부실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안전 규제를 위반한 건물에 대한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감면해준 탓에 부실 건물이 양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BBC는 “60년대 이후 지어진 동남부의 지진 영향권 지역의 건물 7만5000채가 행정처분 면제 조치를 받았다”면서 “심지어 최근 건축된 건물까지 감면해주는 추가 조치 법안이 의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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