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시시각각] 알파고와 비교 안 되는 챗GPT 충격

김동호 2023. 2. 1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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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경제에디터

챗GPT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스마트폰에서 챗GPT 앱을 깔았다. 몇 가지 질문을 넣어봤더니 지적 충격이 몰려왔다. 인공지능(AI)과 실시간 대화가 되다니! 챗GPT는 순식간에 그럴듯한 문장을 완성했다. 웬만한 질문에는 막힘이 없다.

AI의 위력을 예고한 알파고의 충격과는 비교가 안 된다. 알파고는 2016년 3월 당시 세계 바둑의 지존 이세돌을 연거푸 꺾으면서 AI 혁명의 충격을 예고했다. 첫 대국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 8000만 명 이상이 시청했다. 국내 방송들도 생중계했다.

이에 비해 챗GPT의 출발은 조용했다. 하지만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곧바로 뛰어들면서 이용자는 빛의 속도로 늘고 있다. 이용자가 100만 명에 이르는 데 걸린 시간을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이용자 100만 명 도달에 넷플릭스 3년6개월, 에어비앤비 2년6개월, 트위터 2년, 페이스북 10개월이 필요했다. 기존에 가장 빨랐던 것은 2.5개월을 기록한 인스타그램이었다.

「 생각을 정리해 주는 능력 탁월
정치인·변호사도 충격 못 피해
AI에 익숙해야 일자리 지킬 듯

챗GPT는 5일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두 달 만에 1억 명을 넘겼다. 가장 큰 장점은 생각을 정리해 주는 능력이다. 기존 검색 포털이 해줄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질문이든 가능하다. 가령 “한강의 기적이 왜 가능했나”라고 물으면 서너 문단으로 요약한다. 문장엔 군더더기가 없다. 구글·네이버 검색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결과다.

예를 들어 “2023년 반도체 시장을 전망해 달라”고 물으면 핵심만 짚어서 논리적인 설명을 내놓는다. 인간이 이 정도의 답변을 문장으로 내놓으려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어떤 이슈든 척척 대답한다는 점에서 은행·증권사에서 쓰는 단순한 챗봇과는 차원이 다르다.

AI는 자율주행차는 물론 음식점의 키오스크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토대로 스스로 새로운 콘텐트를 생산하는 챗GPT는 이런 것들과도 차원이 다르다. 인간의 전유물이던 논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미리 입력된 수억 개의 정보를 스스로 연결해 유의미한 답변을 내놓게 하는 생성 AI의 알고리즘과 고성능 반도체 덕분이다.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은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의 경우 법률 상담이 가능하다는 로톡에 이어 챗GPT의 공세까지 받게 됐다. 법률 상담을 조금만 받아도 큰돈을 내야 하지만, 챗GPT에 물어보면 웬만한 법률 문제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으니, 변호사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전문직이 같은 처지에 몰릴 수 있다.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유튜버의 설 자리도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챗GPT에 물어보면 논란이 되는 사건의 진위를 대략 파악할 수 있어서다. 가장 긴장해야 할 분야는 정치인이 아닐까 싶다. 정치인은 무책임한 공약을 쏟아놓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챗GPT에 물어보면 공약과 발언의 진위가 대체로 감별될 수 있다. 내친김에 챗GPT에 “한국의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오피니언 리더 그룹을 골라 달라”고 했다. 정치인·공무원·변호사·교수·기업인·언론인 가운데 고르라고 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특정 집단을 콕 짚기는 어렵지만, 국가의 방향과 제도를 만든다는 점에서 정치인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똑똑할 수 있나.

“챗GPT가 인간의 일자리를 빠르게 빼앗지 않을까”라고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챗GPT는 특정 과업을 자동화하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인간의 노동 시간을 줄여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해 줄 수 있다. 그만큼 인간은 더 고도화된 일을 하면 된다.” 대답은 점잖지만, 단순 사무직은 일자리를 내놓으라는 경고로 들렸다. 구글의 생성 AI ‘바드’가 질문에 오답을 내놓아 망신을 당하기도 했지만 변화는 피할 수 없다. 챗GPT가 인간 세상을 얼마나 더 바꿔 놓을지 흥미진진하다.

김동호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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