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일까 사실일까···집값 바닥 논쟁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2. 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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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매매가 뛰고 경매 시장에도 온기
규제 풀려 반등세 vs DSR 부담 여전

20억9000만원(2021년 9월) → 12억6500만원(2022년 12월) → 14억6000만원(2023년 1월).

서울 송파구 대단지 ‘헬리오시티’ 전용 59㎡의 실거래가 흐름이다. 9510가구 대단지인 헬리오시티는 2018년 말 입주 이후 매매가가 20억원을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집값이 급락하더니 12억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에 급매물 매수 수요가 몰리면서 어느새 14억원대로 반등했다. 1월 들어서만 14억원을 넘어선 매물이 3건 거래됐다(14억1000만원(15층), 14억4000만원(18층), 14억6000만원(5층)). 한때 15억원대로 떨어졌던 전용 84㎡ 실거래가도 올 들어 17억1500만원으로 올라섰다.

잠실 재건축 대장주인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 실거래가도 21억7500만원에서 24억7600만원으로 뛰었다. 2021년 11월 최고가(32억7880만원)보다는 한참 낮지만 집주인들은 매매가 상승 기대감에 일제히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다. 잠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규제 완화 방안이 나온 이후 잠실주공5단지뿐 아니라 엘스, 리센츠 등 주요 단지 급매물 가격을 문의하는 전화가 늘었다. 다만 집주인들은 가격 상승 기대감에 급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줄곧 침체 양상을 보였던 강북권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월계동 ‘삼호3차’ 전용 59㎡는 지난 1월 21일 6억90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12월 실거래가(5억1000만원)와 비교해 1억8000만원 뛰었다.

집값 하락세가 한풀 꺾인 것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3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42% 떨어져 전주(-0.49%) 대비 하락폭이 축소됐다. 서울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0.31% 하락해 4주 연속 내림폭이 줄었다. 여전히 규제지역으로 묶인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구)도 하락세가 점차 둔화하는 모습이다. 강남구는 전주 -0.25%에서 -0.11%로, 서초구는 -0.12%에서 -0.06%로 줄면서 보합세에 근접했다. 아직까지 하락세가 멈추진 않았지만 머지않아 상승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수억원씩 떨어지던 집값이 반등세로 돌아선 것은 정부 규제 완화 효과가 크다.

정부는 지난 1월 초 서울 강남3구, 용산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수도권 최대 3년, 비수도권 1년으로 완화한 데다, 1주택자와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도 70%까지 높였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는 내년 5월까지 1년 더 연장됐다. 일시적 2주택자의 주택 처분 기한도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덕분에 극심한 침체를 겪어온 서울 아파트 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부는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001건으로 11월 거래량(761건)을 훌쩍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지난해 하반기 들어 급감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평균 1000건을 웃돌았지만 7월 639건, 9월 608건으로 줄어든 데 이어 10월(559건)에는 500건대로 주저앉았다. 하지만 규제 완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집값 하락폭이 컸던 단지 매수세가 몰리면서 ‘거래 절벽’이 다소 완화되는 양상이다. 송파구만 놓고 보면 지난해 12월 아파트 거래량이 87건으로 11월(51건)보다 70%가량 늘었다.

매물도 감소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5만4733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올 1월 30일 5만553건으로 7.7% 감소했다. 강남구는 4381건에서 3886건으로 11.3% 줄었고, 노원구도 4048건에서 3702건으로 8.6% 감소했다. 집주인들이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급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거 푼 만큼 향후 주택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다. 상반기 급매물이 거래된 이후 가격 정체기를 지나면서 하반기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파 매매가 뛰고 경매 시장에도 온기
서울 아파트 거래 회복세

한파가 몰아치던 경매 시장에도 온기가 돈다.

법원경매 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 125건 중 55건이 낙찰돼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이 44%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낙찰률(17.9%)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상승한 수치다. 월별 서울 아파트 낙찰 건수가 50건대로 올라선 것은 2020년 6월(64건)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같은 기간 76.5%에서 78.7%로 뛰었다.

물론 집값이 아직 바닥을 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만만찮다. 한국은행이 새해 들어서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면서 대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 압박에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6%대 수준이다. 대출 이자도 부담이지만 DSR 규제 탓에 막상 대출을 넉넉히 받기도 어렵다. DSR 규제는 연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총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최근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난 것도 급매물 매수 유입에 따른 일시적 반등일 뿐 주택 매수 심리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토지거래허가제 규제가 여전하다는 점도 변수다. 서울에서는 잠실, 삼성, 대치, 청담동과 함께 목동 등 재건축 단지 밀집지역이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여 있다. 실거주자만 주택을 매수할 수 있는 만큼 전세 세입자를 낀 ‘갭투자’가 금지돼 매수자를 찾기가 더 어렵다.

각국 중앙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점도 변수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중이다. 미국의 평균 집값은 지난해 6월 역대 최고점(41만3800달러)을 찍은 뒤 11월 37만700달러(약 4억5400만원)까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우리도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를 벗어날 수 없는 만큼 집값이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택 시장 안정성과 적정 가격’ 보고서에서 “한국의 주택 가격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며 장기간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택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집값이 과대평가된 만큼, 향후 한국 부동산 가격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가 버블 붕괴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206%로 미국(101%), 독일(102%), 프랑스(124%) 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빚 상환이 줄줄이 연체되면 신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한다는 시그널이 나와야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대다수 부동산 규제가 풀렸다지만 DSR, 토지거래허가제가 강력한 효과를 내는 데다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사업성을 낮추는 규제도 여전해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눈치 보기’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새해 들어서도 대출 부담이 만만찮은 만큼 DSR을 완화하고 토지거래허가제를 풀어 거래에 숨통을 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5호 (2023.02.08~2023.0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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