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골 정원에서의 삶… ‘언어 안에 거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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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58)의 '작별들 순간들'은 근래 한국어로 쓰여진 산문집 가운데 단연 이채롭다.
배수아는 지난 15년간 독일과 서울을 오가며 글을 써왔다.
배수아는 이 성분들은 노련하게 배합하지만 분명한 이야기나 주제를 형성해 내진 않는다.
여름 한 철 글을 쓰기 위해 찾던 독일의 정원에서 아예 살기로 결정한 것처럼, 삶의 일부였던 언어를 삶의 전부로 구축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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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지음
문학동네, 256쪽, 1만6000원
배수아(58)의 ‘작별들 순간들’은 근래 한국어로 쓰여진 산문집 가운데 단연 이채롭다. 주제는 모호하고, 이야기는 여기로 저기로 계속 흩어진다. 결론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그런 와중에 길고 아름다운 묘사들이 곳곳에서 반짝거린다.
배수아는 지난 15년간 독일과 서울을 오가며 글을 써왔다. 그리고 마침내 베를린 인근 시골의 오두막, 그가 정원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살기로 결정했다. 새 산문집은 독일 시골 정원에서의 생활을 묘사한다. 소재는 정원, 산책, 여행, 책과 작가들, 쓰기 등이다. 배수아는 이 성분들은 노련하게 배합하지만 분명한 이야기나 주제를 형성해 내진 않는다. 어디가 끝인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기 어렵다. 무척 아름답다는 감각만은 분명하다.
“누군가 이 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읽기에 대한 글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고 배수아는 에필로그에서 밝혔다. “나에게 독서란 한 권의 책과 나란히 일어나는 동시성의 또다른 사건”이란 말을 덧붙이면서. 그러니까 이 책은 읽기를 생활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로 삼은 사람이 읽기를 말하는 글이라고 하겠다.
어쩌면 배수아는 더 큰 야심을 품었는지 모른다. 마지막에 배치된 글 ‘헝가리 화가의 그림’ 속에는 “나는 스스로 만든 언어 안에 거주하기를 원했다”는 문장이 나온다. 그는 소설가이자 번역가로 언어를 업으로 삼아왔다. 이제 그는 ‘언어 안에 거주하기’를 원한다. 여름 한 철 글을 쓰기 위해 찾던 독일의 정원에서 아예 살기로 결정한 것처럼, 삶의 일부였던 언어를 삶의 전부로 구축해보고자 한다. 이 책은 배수아가 만들어낸 그 낯선 삶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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