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반려견 유치원보다 싸다"…12곳은 올해 인상

최민지 2023. 2. 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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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학생들이 2023년도 학부 등록금 인상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가에 부는 등록금 인상 바람이 심상치 않다. 9일까지 12개 대학(국공립 8곳, 사립 4곳)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등록금 인상에 대해 “유감”이라며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물가가 치솟으면서 인상 유인이 커지고 있다.


“펫 유치원 비용보다 싼 등록금”…거세지는 인상 요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9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에 따르면 전국 191개 대학 중 12개교가 인상을 결정했다. 국·공립대는 전국 교대 10곳 중 서울·공주를 제외한 8곳(경인·춘천·청주·전주·광주·대구·전주·부산)이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사립대는 동아대, 경동대, 서울신학대, 세한대 4곳이다.

대학들은 2009년 이후 이어진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우리 대학 등록금은 전국 대학 중 하위권”이라며 “학생들이 되레 ‘등록금 좀 올려서 화장실 좀 고쳐달라’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동아대는 올해 등록금을 3.95%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학기 등록금은 312만8000원(인문사회계열)~505만9000원(의학계열)이다. 이번에 인상을 결정한 교대 8곳은 한 학기 등록금이 159만3000원~180만2000원 선이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처장은 “등록금 인상을 정치적인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일부 대학들의 등록금을 보면 이미 고등학생들이 다니는 학원보다 싸고, 심지어 펫 유치원보다도 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A학원의 재수정규반의 경우 월 수강료가 162만~212만원이다. B학원도 서울 강북권은 105만원, 강남권은 178만7600원이다. 월 학원비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최소 1000만원을 훌쩍 넘어 2000만원에 달한다. 대학 연 평균 등록금은 국공립대가 391만4000원, 사립대가 723만6000원이다. 학원과 대학의 수업 시간이나 과목 수가 같지 않아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학생이 체감하는 총 비용은 학원이 더 크다.


물가 상승하면 등록금도 오른다…“내년이 고비”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등록금과 연계된 국가장학금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8일 “국가장학금과 연계한 국가장학금(유형2)의 신청 조건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인상한 학교는 국가장학금(2유형)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도해왔다.

하지만 10년 이상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들의 인상 러시를 막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학가는 장 차관이 “등록금을 인상했다고 해서 다른 사업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겠다”고 한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사립대 총장은 “대학은 불이익이 없을 것이란 발언을 오히려 등록금 인상 허용의 시그널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물가 역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대학의 등록금 인상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 114명 중 56명(49.2%)은 올해·내년 중 인상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내년 등록금 법정 인상률 한도 예상치(5.5%)를 적용하면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최대 42만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올해 물가가 크게 오른다면 실제 등록금 인상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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