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지진안전 사각지대… 국내 건축물 85% 내진설계 안돼

이의재,정신영 2023. 2. 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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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특히 피해가 집중된 곳은 튀르키예 동남부 디야르바키르 등지의 오래된 건물들이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형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대부분의 소규모 건물들이 튀르키예처럼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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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층 이상 신축에 내진 적용
단독주택, 큰 지진땐 대부분 붕괴
1층 필로티 빌라, 내진에 가장 취약
튀르키예 남부 광역 하타이 도심이 지진 발생 다음날인 지난 7일(현지시간) 폐허로 변해 있다. AP연합뉴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특히 피해가 집중된 곳은 튀르키예 동남부 디야르바키르 등지의 오래된 건물들이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형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대부분의 소규모 건물들이 튀르키예처럼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일 서울시 지진 안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시내 건축물 59만3533동 가운데 내진 성능을 확보하지 못한 건물은 47만7709동이었다. 전체의 80.5%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국적으로도 내진확보 비율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전국 건축물 내진설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전국 건축물 732만5293동 중 내진확보가 이뤄진 건축물은 94만2194동으로 12.9%에 불과했다.

내진 대상인 614만8639동을 기준으로 해도 전체의 15.3%만이 내진 성능을 확보한 상태였다. 국내에서는 1988년 내진설계가 처음 건축법에 규정됐고 적용 의무 대상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비율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내 건축물의 80~90%는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던 1980년대 이전에 지어졌고, 특히 단독주택처럼 작은 건축물은 대부분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아 큰 지진이 나면 전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국내에 튀르키예 같은 지진이 발생하면 남아나는 게 없는 수준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저층 건물들이 지진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1988년 이전에는 아예 규정이 없었고, 이후 2005년까지 5층 이하는 내진 설계 대상이 아니었다. 2017년에 2층 이상으로 강화됐지만 이마저도 신축 건물만 적용을 받는다. 이 때문에 인구 밀도가 높고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 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포항 지진 당시에도 피해가 집중됐던 곳은 연립주택 등 다세대 주택이 모여 있는 지역이었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수도권은 세계 여느 나라 못지않게 인구가 밀집된 지역인데, 많이 보이는 조적식(벽돌식) 주택의 경우 지진이 덮치면 그대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층에 기둥을 세워 주차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필로티’ 형식의 건축물이 특히 지진에 취약해 내진 보강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태원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필로티 건물은 흔들리면 아예 뒤집히거나 붕괴할 우려가 있어 가장 지진에 취약한 건물”이라고 했다.

안형준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연구원장은 “필로티 구조의 건물들은 1층이 없다 보니 붕괴 위험이 커 내진 보강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내진설계 의무가 강화되기 전인 2015년 이전에 지은 필로티 빌라들에 대해 내진 보강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근본적으로는 지역별 지진 위험지수를 점검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국가 지진 위험 지도는 5년마다 갱신된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발생하는 지진의 깊이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진다”며 “해당 지역별로 지진 위험 계산이 먼저 제대로 돼야 내진 성능 보강도 그에 맞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의재 정신영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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