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인간도 챗GPT처럼 생각할까

권기석 2023. 2. 9.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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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인공지능을 주제로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챗GPT는 이런 '맥락에 맞는 단어를 찾는 능력'을 기반으로 인간이 질문을 던지면 가장 잘 어울리는 '연속된 데이터'(언어)를 확률로 예측한다.

챗GPT의 등장은 그동안 우리가 모든 존재에 우월하다고 여겼던 인간의 지능을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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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석 국제부장


20여년 전 인공지능을 주제로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딥블루라는 컴퓨터가 인간 체스 챔피언을 이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딥블루 말고 세상을 놀라게 한 성과가 없었으므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전공인 사회학에서도 인공지능은 낯선 주제였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선행연구는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미국인 철학자와 영국인 사회학자가 인공지능을 두고 논쟁을 벌인 것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인공지능(컴퓨터)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했다. ‘컴퓨터가 할 수 없는 것’에 관한 둘의 견해는 일치했다. 이들은 인간의 행위가 사회적 맥락 안에 있으므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컴퓨터는 결코 인간처럼 사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밥’이란 말이 나왔을 때 인간은 그것이 아침밥인지, 저녁밥인지, 강아지를 위한 밥인지, 시계태엽을 감는 것인지를 현재 처한 환경(맥락)에서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신체와 욕구를 갖고 있지 않다는 철학자의 주장에도 이견이 없었다.

논쟁은 ‘컴퓨터가 할 수 있는 것’에서 펼쳐졌는데, 철학자는 숫자와 기호처럼 형식화가 가능한 영역에서 컴퓨터의 인간 모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회학자는 그런 형식화가 가능한 지식도 ‘사회적’인 것이므로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나는 ‘기계와 같이 행동하는 인간의 삶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가능할 것이라고 논문의 결론을 내렸다.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승리했을 때 다시 논문을 꺼내 봤다. 논문의 결론대로라면 바둑은 기계와 같이 행동하는 인간의 삶의 영역에 포함되는 행위였다. 심오한 두뇌 활동으로 여겼던 바둑이 기계적 행위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었다니. 알파고가 놀랍기도 했지만 인간의 행위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기계적인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챗GPT는 또 다른 측면에서 인간을 돌아보게 한다. 지금까지 챗GPT가 생성한 결과물을 보면 앞의 철학자와 사회학자가 주장한 ‘맥락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 즉 챗GPT는 ‘밥’이 제시됐을 때 그것이 사람이 먹는 밥인지, 강아지가 먹는 밥인지, 시계태엽을 감는 것인지를 구분한다.

챗GPT의 그런 능력은 ‘말뭉치 학습’ 덕분이다. 챗GPT에는 영어 위키피디아 내용 전체가 1%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문장 데이터가 들어 있다. 챗GPT는 수많은 문장 속에서 근처 단어들과의 관계를 통해 특정 단어의 성격을 정의(벡터로 표현한다고 한다)한다. 기계학습을 통해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에 따라 같은 단어라도 다른 단어와의 관계에 따라 수백 개 차원의 의미가 생긴다. 인간처럼 맥락에 어울리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다. 챗GPT는 이런 ‘맥락에 맞는 단어를 찾는 능력’을 기반으로 인간이 질문을 던지면 가장 잘 어울리는 ‘연속된 데이터’(언어)를 확률로 예측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의미는 간명하다. 방대한 데이터와 알고리즘, 계산 능력이 있으면 기계도 인간 못지않게 언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인간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연구했지만 밝혀내지 못한 것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챗GPT를 보면서 어쩌면 인간의 뇌가 계산하는 기계의 메커니즘과 비슷하게 작동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설마’라고, 비약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니라는 증거도 없다. 챗GPT의 등장은 그동안 우리가 모든 존재에 우월하다고 여겼던 인간의 지능을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권기석 국제부장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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