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주역 대가 "굉장한 괘 나왔다, 장부냐 소인이냐 택해야" [백성호의 현문우답]

백성호 입력 2023. 2. 9. 00:55 수정 2023. 2. 9. 09: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올해는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있는 해다.”

대산(大山) 김석진 옹은 올해 96세다. 야산(也山) 이달(李達ㆍ1889~1958)의 수제자인 그는 ‘주역(周易)의 대가’로 통한다. 야산 선생은 주역에 통달해 당대 사람들이 “이주역”이라 불렀다.

이승만 대통령이 전진한 장관을 보내 정치참여를 권했으나, 야산 선생은 거절했다. 백범 김구 선생이 비서를 보내 합작의사를 타진했지만, 이 역시 거절했다. 그때 백범의 제안을 거절하며 ‘근호부지(近虎不知)’의 뜻을 담은 시 한 수를 써주었다. 범이 가까이 있어도 알지 못하니 걱정이란 의미다. 신변을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주역을 놓고 스승께서 가장 강조한 게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김석진 옹은 “종도(從道)”라고 답했다. 김 옹은 “역(易)은 항상 변한다. 그러니 우리도 때를 따라서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도(道)를 따르기 위함이다. 도가 뭔가. 도는 옳은 일이다. 스승님은 늘 이걸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대산 김석진 옹은 "제 스승께서는 주역을 가르치면서 늘 '종도(從道)'를 강조하셨다. 옮은 일을 따르라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27일 경기도 광주에서 대산 선생을 만났다. 마침 둘째 아들네에 머물고 있었다. 지난해 초에 만난 기억이 났다. 그때는 ‘코로나19’와 ‘대통령 선거’가 가장 큰 이슈였다.

당시 김 옹은 “올해(2022년)는 코로나에 막혀서 함께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만나게 된다”고 내다봤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의 공포가 치솟을 때였다.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는 “군자는 표범처럼 바꾼다. 겨울을 앞두고 털갈이할 때 자기 털을 모두 바꾼다. 반면 소인은 겉모습만 바꾼다. 속은 바꾸지 않고 화장만 바꾼다. 그래 놓고 바꾸었다고 말한다. 군자를 뽑을 건가, 소인을 뽑을 건가”라고 일갈했다.

올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인플레이션에 이어 경기침체가 우려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한창이다. 국내 정치권도 대립과 갈등의 연속이다. 한국만 어려운 게 아니다. 전 세계가 그렇다. 김석진 옹에게 ‘2023년의 주역적 전망’을 물었다.

Q :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나.

A : “올해는 ‘택뢰수(澤雷隨)’에서 ‘중택태(重澤兌)’로 변화하는 괘가 나왔다.”
주역의 괘는 점을 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계묘년은 60년마다 돌아온다. 60간지에 의해 60년 전에 이미 올해의 괘가 정해져 있다. 다만 그 괘를 풀어내는 사람의 안목에 따라 깊이와 통찰이 달라질 따름이다. 김 옹은 “올해의 핵심은 따를 수자, 수(隨)괘”라고 했다.

Q : 수(隨)괘, 무슨 뜻인가.

A : “한마디로 ‘수시변역(隋時變易)’이다. 때를 따라서 변화하고 바꾸라는 뜻이다. 그래야 계속 생명력이 생긴다. 올해는 모든 것을 혁신하고, 개혁하고, 바꾸는 해다. 그래서 힘이 든다. 무언가를 크게 바꿀 때 힘이 들지 않나. 올해는 힘이 많이 드는 괘다.”

김석진 옹은 "올해는 큰 변화가 있다. 그래서 여러모로 힘이 많이 드는 괘다"라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Q : 어렵다는 말인가.

A : “그렇다. 그래도 바꾸어야 한다. 힘들다고 안 하거나 못하면 더 큰 문제다. 그래서 ‘수시(隋時)’가 중요하다. 때를 잘 따라야 한다. 가령 때를 모르고 여름인데 겨울인 줄 알면 어찌 되겠나. 안 그래도 더운데 난로를 켜게 된다. 겨울인데 여름인 줄 알면 어떻겠나. 추운데도 에어컨을 틀고 있다. 그래서 때를 정확하게 알고, 거기에 맞추어 변할 줄도 아는 ‘지시식변(知時識變)’이 필요하다.”
김 옹은 올해 주역 괘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천하수시(天下隨時)’라는 네 글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구십 평생 주역을 하고 있지만, 주역의 괘에서 ‘천하(天下)’라는 말은 좀체 나오지 않는다. 천하수시, 무슨 뜻인가.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온 세계가 때를 따라서 움직인다는 거다. 올해는 굉장한 괘가 나왔다. 그러니 큰 인물이 나올 것이다.”

Q : 왜 올해의 괘가 굉장한가.

A :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터졌다. 옛날에도 그랬다. 전염병이 창궐하면 난리(전쟁)가 나는 법이다. 전염병과 난리는 서로 따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세계전쟁 아닌가. 그런데 ‘천하(天下)의 수(隨)’괘가 나왔다. 모든 일이 우리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벌어진다.”

Q : 천하가 때를 따른다(天下隨), 무슨 말인가.

A : “올해는 세계적으로 큰 변화가 있다. 수시변역(隋時變易)을 잘한다면, 코로나19 전염병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다 거두어들이고 정지시키는 해가 된다. 주역에서 어지간하면 ‘천하수시(天下隨時)’괘가 안 나온다. 전염병 퇴치 방법을 찾고, 세계 지도자들은 지혜를 모아 전쟁 종식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천하(天下)가 모두 때를 잘 따라서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김석진 옹은 "주역은 결정론적 운명론이 아니다. 세상과 우주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성룡 기자


주역은 결정론적 운명론이 아니다. 세상만물이, 이 우주가 끊임없이 변해서 돌아가기 때문이다. 주역 역시 그런 변화를 따른다. 올해 계묘년의 수(隨)괘는 태(兌)괘로 변화한다. 수괘가 체(體)라면, 태괘는 용(用)이다. 수괘가 몸통이라면, 태괘는 팔다리에 해당한다. 몸 전체의 역할로 보면 팔다리가 더 중요하다.

Q : 기쁠 태자, 태(兌)괘다. 무슨 뜻인가.

A : “수시변역(隋時變易)만 잘하면 기쁜 일이 온다는 뜻이다. 기쁘다는 건 만족하는 것이다. 성취하는 것이다. 올해 희망은 있다. 그런데 변역(變易)을 잘해야 한다. 변화에는 우여곡절이 많다. 그러니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치인도 그렇다. 때를 따라서 변화를 이루면 지지율이 올라간다.”
이 말끝에 김 옹은 변화를 이룰 때 지도자가 꼭 명심해야 하는 한 가지를 꺼냈다. “계소자(係小子)면 실장부(失丈夫)다. 소자(小子)에게 매이면 장부(丈夫)를 잃게 된다.” 이 말은 주역에 있는 구절이다.

Q : 주역이 말하는 소자는 누구이고, 장부는 누구인가.

A : “소자는 작은 사람이고, 장부는 큰 사람이다. 소자는 사사로움을 앞세워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작은 사람이고, 장부는 공정하고 나라를 위하는 큰 사람이다.”

Q : 지도자라면 누가 봐도 장부를 취하지, 소자를 취하겠나.

A : “맞는 말이다. 그런데 소자가 나와 가깝고 친분이 있을 때는 오판을 하게 된다. 뻔히 보이는데도 소자를 취하고, 결국 장부를 잃게 된다. 선택을 잘해야 한다. 누구를 따를 건가. 국민의 편에서 판단해야 한다. 소자를 따라서는 안 된다. 장부를 따라야 한다. 여기서 선택을 잘못하면 기쁜 일이 오지 않는다.”

Q : 그게 수시변역(隋時變易)과도 관계가 있나.

A : “그렇다. 때를 따라서 변화를 이루라고 했다. 큰 변혁을 이루려면 큰 힘이 필요하다.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소자에게서는 그런 힘이 나오지 않는다. 장부를 취할 때 그런 에너지를 얻게 된다. 만약 친소 관계에 얽매여서 소자를 취하고 장부를 버리면 어찌 되겠나. 변화와 개혁에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김석진 옹은 "큰 변혁을 이루려면 큰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자가 아니라 장부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룡 기자


김 옹은 마지막으로 “불겸여야(弗兼與也)”라고 했다. 아닐 불(弗)자, 겸할 겸(兼)자, 더불 여(與)자다. 앞서 말한 소자와 장부를 다 따를 수 없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여자가 시집가는 괘에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어쭙잖은데 자꾸 와서 나하고 같이 살자는 남자가 있고, 또 가정을 행복하게 할 인품 좋은 남자가 있다. 그런데 어쭙잖은 남자는 손쉽게 교제할 수가 있고, 인품 좋은 남자는 좀 점잖다. 둘 중 누구를 따를 건가. 불겸여야(弗兼與也). 둘 다 따를 수는 없다. 하나만 따라야 한다. 여기서 선택이 무척 중요하다. 개혁과 변화의 성패가 여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국운도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