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같은 별 아래 얼음 궁전 속에서 낭만·힐링

남호철 2023. 2. 8. 21: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천강 거슬러 가는 강원도 겨울 여정
강원도 홍천군 서면 모곡밤벌유원지 인근 배바위 옆 꽁꽁 얼어붙은 홍천강 위에서 ‘빙박’하는 캠퍼들이 겨울 낭만을 즐기고 있다. 어둠이 찾아들면 맑은 밤하늘엔 별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불 밝힌 텐트는 얼음에 환상적인 반영을 펼쳐놓는다.


홍천강(洪川江)은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 미약골 첫 샘물터에서 발원해 홍천과 춘천을 거쳐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춘천시 남면 관천리 경계에서 북한강 청평호로 흘러들며 143㎞ 여정을 마무리한다. 홍천군 두촌면과 화촌면 일대에서는 ‘화양강(華陽江)’으로 불린다. 대체로 수심이 얕고 넓은 강변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주변에 산재한 명소는 다양한 볼거리를 펼쳐놓는다.

홍천강을 하류에서 거슬러 올라가면 가장 먼저 모곡밤벌유원지를 만난다. 여름철 물놀이는 물론 사시사철 캠핑과 함께 낚시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강변은 최근 무료 차박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인근에 배바위가 있다. 강변에 우뚝 솟은 높이 10여m, 길이 40m가 훌쩍 넘는 바위 2개가 커다란 범선을 연상시킨다. 바위 꼭대기엔 소나무가 돛처럼 자라고 있다. 이 바위는 여름철 카누를 타고 물길을 가르며 둘러보는 명소다. 강물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철에는 이색체험지로 인기다. 물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빙박(氷泊)이다.

얼음 위에 텐트를 치면 이글루는 아니지만 에스키모인이 된 느낌이다. 그 위로 어둠이 내려앉으면 불 밝힌 텐트는 얼음 위 궁전이다. 얼음에 반영된 텐트의 불빛이 환상적이다. 맑은 밤하늘엔 별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놀거리가 별로 없는 일반적인 겨울 캠핑과는 달리 빙어 낚시도 즐기고 얼음판 위에서 썰매도 탈 수 있어 신나는 겨울을 즐길 수 있다.

상류로 4㎞쯤 떨어진 한덕교 주변도 차박지로 인기다. 한덕교 바로 앞에 솟은 산이 종자산(種子山·582.1m)이다. 산 북쪽 자락인 개야리에는 옛날 아이를 낳지 못해 걱정이 태산 같았던 어느 여인이 이 산에 올라 정성껏 기도를 한 뒤 자식을 얻었고, 후에 그 자식이 높은 관직에 올랐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여인이 자식이라는 ‘씨앗’을 얻었다 해서 ‘씨앗산’으로 불려 왔다고 한다.

휴대전화와 떨어져 힐링할 수 있는 힐리언스 선마을.


이 산 서남쪽 상치골에 한국자연의학 종합연구원(힐리언스 선마을)이 자리한다. 국내 최초 웰니스 리조트로, 겨울철 눈부신 은빛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설(雪)세권’으로 인기다. 종자산을 가득 덮은 하얀 눈과 신비스런 상고대가 만들어낸 이국적인 정취를 숙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선마을에서는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다. 강아지 놀이터, 트레킹 코스·산책길 등 눈 덮인 강아지 전용 공간을 반려견과 함께 뛰놀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견(犬)천국’이다.

선마을의 또 다른 매력은 통신이 불가한 디지털 디톡스 공간이라는 점이다.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오롯이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다. 방문객도 사전 예약만 하면 트레킹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양떼 먹이주기 체험이 가능한 휘바핀란드 방목장.


종자산 동쪽에는 핀란드의 작은 마을을 테마로 디자인된 ‘휘바핀란드’가 자리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모습의 숙박공간과 각종 테마존이 하나의 마을을 이루며, 자연과 어울리는 핀란드 전원 속 휴식을 제공하는 힐링 여행지다. 핀란드 건축물과 풍경, 포토존, 갤러리, 체험존, 플레이존 등이 실제 핀란드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연출한다. 4계절 운영되는 방목장에서는 양떼 먹이주기 체험도 즐기고, 자연친화적인 목장 산책로를 걸으며 여유로운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양치기 견종인 보더콜리가 능숙하게 양떼를 모는 인상적인 장면도 볼 수 있다.

상류로 조금 더 가면 팔봉산관광지다. 주차장에서 보면 홍천강 너머로 여덟 개의 뾰족한 봉우리가 사이좋게 늘어선 팔봉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연이어 솟구쳐 있는 8개 봉우리와 기암절벽이 휘돌아 흐르는 물줄기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절경을 펼쳐놓는다. 해발 328m로 낮고 작지만 산세가 만만치 않아 얕보고 올랐다가 큰 코 다친다. 능선에 올라서면 암릉 아래 산허리를 감싸고 흐르는 홍천강이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절경을 보여 준다. 봉우리마다 놓여 있는 아담한 표지석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등산로는 겨울철 안전사고 방지 등을 위해 오는 28일까지 폐장 중이다.

암릉 아래 크게 휘돌아가는 홍천강과 어우러진 팔봉산.

여행메모
서울양양고속도 설악IC·강촌IC 편리
끝자리 1·6일 홍천 5일장 이색 주전부리

모곡밤벌유원지는 서울양양고속도로 설악나들목이나 강촌나들목에서 가깝다.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면 1시간~1시간 50분 소요된다. 홍천터미널에서 동막 방면 버스를 타고 한서 정류장에 하차한 뒤 모곡밤벌유원지까지 걸어서 약 2㎞ 거리다.

힐리언스 선마을이나 휘바핀란드를 가려면 홍천강에서 살짝 벗어나 494번 지방도를 따라가야 한다. 모곡밤벌유원지에서 배바위까지는 빙판길 1㎞ 정도로 10분이면 충분하다. 다만 해빙기에는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군청이 소재한 홍천읍에도 가볼 곳이 많다. 홍천미술관, 홍천전통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홍천미술관은 1956년에 지은 구 홍천군청(등록문화재 108호)을 리모델링했다.

끝자리 1·6일에 오일장이 열린다. 넓게 펼친 메밀 반죽에 배춧잎을 올려 부친 대적과 소를 넣고 김밥처럼 둘둘 만 홍총떡 등 주전부리를 맛볼 수 있다.

홍천읍 하오안리 화로구이 먹거리 단지에서도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음식은 양지말 화로구이다.

홍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