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이무니다” 이 개그, 마음 편히 웃어도 될까
“개구매누 아니지마누, 최소눌 다해송 해보도록 하게습니다”(개그맨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내가 입을 뗄 때마다 사람들이 자지러진다. 요즘 유튜브 최고 스타는 일본 호스트바에서 일하다가 한국으로 건너온 다나카다. 세기말을 연상시키는 겉모습도 재밌지만, 그가 어눌하게 한국어를 할 때마다 사람들은 배꼽을 잡는다. 그런데 이 개그, 마음 편히 웃어도 괜찮은 걸까.
다나카는 SBS 6기 공채 코미디언 출신 김경욱의 부캐릭터다. 일본 유흥업소 에이스였지만 손님을 모으지 못하다가 한국 문화에 빠져 한국에 왔다는 설정이다. 간짜장에 탕수육 소스를 붓고, 비빔면을 국물 요리로 만드는 등 괴상한 “먹끄방”(먹방)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말 인기가 급상승했다. 그는 온갖 곳을 누빈다. 웹예능을 시작으로 지상파 예능과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으로도 모자라 지난달 28일 단독 콘서트까지 열었다. 말 그대로 ‘광풍 행보’다.
그러나 일각에선 다나카의 개그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에 뿌리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눌한 발음을 웃음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 누리꾼이 SNS에 “외국인 발음을 저렇게 희화화해도 괜찮냐”고 적은 글은 5000회 넘게 리트윗됐다. “한국인 억양으로 영어 하는 캐릭터 만들어서 그 억양으로 웃음 포인트 잡으면 기분 나빠할 텐데” “다른 사람의 억양을 웃기다고 여기면 안 된다” “문화강국이 되고 싶다면 외국인 차별 그만” 등의 의견도 나왔다.
다나카의 인기는 그룹 (여자)아이들의 외국인 멤버 슈화와 우기가 출연했던 JTBC ‘아는 형님’의 2020년 방송과 대조된다. 당시 MC들은 슈화를 향해 “한국어가 어렵지 않냐” “슈화는 (한국어로 말하기) 어렵지 않다. 듣는 우리가 어렵다”고 말해 도마 위에 올랐다. SNS는 ‘슈화에게 사과하라’는 여론으로 들썩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 출신 해설위원 잭 모리스는 2021년 방송에서 퇴출당했다. 일본인 선수 오타니 쇼헤이를 언급하며 아시아인의 영어 발음을 조롱하듯 흉내내서다. 그는 “내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다면 사과한다”며 고개 숙였다.
한 집단의 특성을 과장되게 패러디하는 개그는 흥행 보증 수표다. 쿠팡플레이가 부활시킨 ‘SNL코리아’는 이 분야에 특화한 코미디를 선보였다. “십분 이해요? 그렇게 짧은 시간에 저희를 어떻게 이해하신다고….” “에어팟을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오릅니다.” 배우 주현영 등이 활약한 ‘SNL코리아’ 속 코너 ‘MZ오피스’는 온라인에 퍼진 ‘신입사원 썰’을 극화했다. 방송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화제를 모았지만 그만큼 진통도 앓았다. 20대를 사회성 떨어지고 개념 없는 존재로 왜곡하고 조롱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특정 집단을 모사한 캐릭터는 공감과 조롱 사이 경계가 모호해 접근하기 까다롭다”고 봤다. 같은 코미디를 보더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성향과 감수성, 가치관 등에 따라 호불호가 나뉜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는 모사하는 대상과 주체 사이 권력관계가 뚜렷하지 않을 때 더 자주 벌어진다. 정 평론가는 “권력자를 모사한 코미디는 통쾌함을 준다. 약자를 따라 하는 건 윤리적으로 옳지 못하다. 문제는 권력자 혹은 약자로 선 긋기 어려운 중간지대”라며 “다나카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이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봤다.
결국 성패를 가르는 건 창작자의 태도라고 정 평론가는 짚었다. 코미디언 김신영이 연기한 ‘둘째이모 김다비’는 중년 여성을 패러디하되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사랑받은 사례다. 화려한 골프복 차림에 배 위에 가방을 두르는 등 중년 여성의 외관을 따왔지만, “입 닫고 지갑 한 번 여겨주라”(노래 ‘주라주라’) 등 ‘사이다 발언’으로 MZ세대에게 통쾌함을 줬다. 코미디언 김민수·이창호·이용주·정재형이 유튜브에서 선보인 한사랑 산악회도 비슷하다. 중년 남성의 말투를 따라 하면서도 각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표현해 팬덤을 모았다. 정 평론가는 “같은 코미디를 보고도 공감과 불편이 공존할 수 있다”며 “창작자가 대상에 애정을 갖고 패러디하느냐 혹은 조롱할 의도를 가졌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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