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비주류·밑바닥 리더십’ 주목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2. 8. 19: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EO LOUNGE]

말도 많고 탈도 많던 BNK금융지주의 차기 수장 윤곽이 드러났다.

BNK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연달아 개최하고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63)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김지완 전 회장의 중도 사임 발표 후 약 3개월여 만에 내린 결정이다.

1960년생/ 부산 동래원예고/ 경성대 법학과 학사/ 경성대 법학 석사/ 1988년 2월 부산은행 입행/ 2009년 1월 인사부장/ 2012년 1월 사상공단지점장/ 2013년 1월 본부장(북부영업본부)/ 2014년 1월 부행장보(경남지역본부)/ 2015년 1월 부행장(신금융사업본부)/ 2016년 1월 부행장(미래채널본부)/ 2017년 4월 은행장 직무대행/ 2017년 9월 은행장/ 2023년 BNK금융지주 회장 내정자(현)
그사이 BNK금융지주 회장직을 놓고 많은 말이 오갔다. 다시 외부 인사가 내려오느냐, 관치가 작동하느냐 등의 논란이다. 이와 관련 부산은행 노조 등 지역 여론은 들끓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출신 빈 전 은행장이 차기 회장 내정자가 되면서 논란은 사그라드는 분위기다. 빈 내정자가 부산은행 적통자인 데다 금융지주 업무 등 그룹 내 굵직한 일을 많이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경남 남해군 출신 빈 내정자는 부산 동래원예고와 경성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부산은행에 입행한 후 북부영업본부장, 경남지역본부장(부행장보), 신금융사업본부장(부행장), 미래채널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7년 4월 은행장 경영 공백 사건이 발생하면서 직무대행을 맡은 후 그해 9월 부산은행장에 올라 약 4년여간 부산은행을 순탄하게 이끌었다. 2021년 3월 임기 만료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이번 회장 선임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임추위 측은 “빈대인 후보자는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금융 분야 전문성을 축적했고 지역은행 최초의 모바일뱅크 출시, 온·오프라인을 융합하는 옴니채널 구축과 창구 업무 페이퍼리스 추진 등 디지털 중심 금융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또 “지역과 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탁월한 조직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조직의 조기 안정화를 통해 금융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지역 경제 활성화와 함께 그룹 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현직 부산은행 인사들은 빈대인 내정자를 ‘비주류, 밑바닥 리더십’의 대가로 인정한다. 그동안 BNK금융그룹은 부산상고, 동아대, 부산대 출신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말이 대내외에 널리 퍼져 있었다. 일종의 성골, 진골 같은 식이다. 그런 면에서 빈 내정자는 오히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아 자유롭다. 게다가 특히 행원 시절 여러 지점에서 직접 개인, 기업 영업을 담당하면서 밑바닥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후문이다.

또한 꽤 탄탄한 실적을 자랑한다. 은행으로 치면 상대적으로 한직에 가까운 북부영업본부장을 맡을 당시 일화다. 그는 당시 부동산 열기가 고조될 시점에 선제적으로 아파트 집단대출 시장을 공략했다. 또 턴어라운드 조짐이 보이는 해운조선 기자재 기업 대상으로 기업 금융을 강화하고 신규 매출처를 발굴하면서 당시 경쟁 영업본부 대비 높은 성장률을 일궈냈다. 이후 부행장격인 경남지역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영업 일선 생리를 잘 알고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는 점, 임직원을 다독이면서 경영 성과 과실을 다 같이 나눴다는 점 등에서 리더십이 자연스레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임추위가 선임 근거로 설명한 디지털 전환 부분에서도 그룹 내 누구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금융사업본부장(부행장), 미래채널본부장 시절 그는 지방은행이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디지털 전환, 특히 앱 신설에 사활을 걸었다. 당시 ‘시중은행 앱은 편의성이 떨어진다, 한 은행에서 너무 많은 앱을 내놓는다’ 등 다양한 비판이 있었다. 이를 참고해 당시 빈 부행장은 지방은행 최초로 모바일 전문은행 ‘썸뱅크’를 선보이며 종전 은행 앱과 차별화했다. 2017년 ‘썸뱅크’는 이미 은행권 최초로 생체인식 공인인증 서비스인 ‘BNK바이오패스’를 시작했다. ‘BNK바이오패스’는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숫자나 문자가 아닌 지문, 홍채, 안면 등 생체인증으로 대체하는 서비스다. 지금은 대중화된 서비스지만 당시 지방은행은 물론 전국 금융권 최초 서비스라 많은 관심을 받았다.

더불어 위기관리에도 능하다는 평가다. 사실 그가 행장에 오른 자체가 드라마틱하다. 2017년 BNK금융지주는 주가 조작 논란으로 행장을 겸직하던 회장이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부행장이었던 빈 내정자가 행장 대행을 하게 됐다. 조직 동요가 심할 때였는데 빠르게 조직 정비를 한 끝에 정식 행장으로 선임되고 4년여간 행장 업무를 수행한 이력이 있다. 이때 성공적으로 구원 투수 역할을 한 것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지역 부동산 경기 변수

물론 빈 내정자 앞에 순탄한 길만 놓인 건 아니다. 일단 여전히 존재하는 그룹 내 계파 혹은 파벌 문화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에 대한 숙제가 있다.

BNK그룹은 산하에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있는데 과거 치열한 경쟁 관계였던 두 은행 출신 사이에 여전히 알 듯 모를 듯한 서먹함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BNK 통합 앱을 만들기 힘들었고 각기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하는 등 숙제가 산적해 있다. 더불어 조직 내에 출신 학교별로 서로 밀어주기, 당겨주기 문화가 공공연하게 존재한다는 비판에도 직면해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특정 대학, 고등학교 등의 파벌을 중심으로 내부에서 갈등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전임 회장 선임 당시에도 내부 파벌 싸움이 극심해 외부 출신인 김지완 회장이 선임될 명분을 내줬다는 후문이다. 물론 빈 내정자는 이런 사안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강점이기는 하다. 이제 여러 조직 내 잠재 갈등을 해결할 강력한 조직 장악력을 추후 보여줄 수 있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수익성 개선도 눈앞에 놓인 과제다. BNK금융그룹은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소폭 증가하기는 했다. 올해 1~3분기 그룹 연결 누적 당기순이익은 7632억원으로 지난해 7434억원보다 2.7% 증가했다. 다만 비은행 계열사 실적이 뒤처진다. BNK캐피탈, BNK투자증권, BNK저축은행, BNK자산운용 등 4개 비은행 계열사의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221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4억원(6.9%) 줄었다. 금융지주라는 타이틀에 비해 다양한 포트폴리오 사업군을 갖추지 못했다 보니 여타 금융지주사와 달리 은행 일변도 순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은행 사정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경기 침체 조짐, 특히 부산·경남 지방 부동산 침체 여파가 만만찮아서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4분기 실적 예상 관련, “BNK금융 등 지방은행은 계열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상당폭 추가 적립할 가능성이 높아 실적이 시장 예상치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그룹의 발전’은 임추위가 기대하는 빈 내정자 미션 중 하나다. 빈대인 내정자가 어떤 그림을 그려내며 이 같은 기대에 부합할지 지켜볼 일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5호 (2023.02.08~2023.02.1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