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열혈’도 ‘Z세대’도 아프리카TV로···달라지는 인터넷 방송 1인자
자극적인 방송만 쏟아지던 예전의 아프리카TV가 아닙니다.”
인터넷 방송 업체 아프리카TV에 대한 증권가와 콘텐츠업계의 평가다. 선정적인 방송으로 논란이 일었던 과거 모습과 ‘딴판’이 됐다는 설명이다.
단순 1인 방송 플랫폼이 아닌, 스포츠 중계와 게임 방송 장르를 망라하는 종합 콘텐츠로서 입지를 굳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 BJ 컴백에 함박웃음
아프리카TV의 전신은 PC 통신 서비스 ‘나우누리’로 유명한 나우콤이다.
나우콤은 2006년, 카메라와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방송이 가능한 인터넷 개인 방송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 이름이 ‘아프리카TV’다. 이후 인터넷 방송 시장이 급속 성장하면서 회사의 핵심 부서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사업이 계속 커지자, 2013년에는 사명을 아예 아프리카TV로 바꿨다.
한국에서 1인 방송 사업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으면서 승승장구하던 아프리카TV는 2019년부터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글로벌 공룡으로 불리던 유튜브와 트위치가 국내에서 급성장한 탓이다. 특히 아프리카TV와 비슷하게 생방송을 주력으로 하던 트위치의 약진이 뼈아팠다. 게임 중계 방송을 주력으로 내세운 트위치는 10대 후반~20대 초반, 즉 Z세대 공략에 성공하며 아프리카TV의 1인자 자리를 위협했다. 2016년 30만명에 그쳤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가 5년 새 8배가 넘게 증가했다.
모바일인덱스 조사 결과 2021년 6월 트위치 MAU는 253만명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프리카TV MAU는 199만명에서 292만명으로 약 1.5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때 6배 가까이 벌어졌던 차이는 크게 좁혀졌다. 2022년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모바일 앱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 트위치의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는 아프리카TV의 3배 수준이었다. 100만명을 넘긴 트위치와 달리 아프리카TV의 DAU는 40만명대에 그쳤다. 트위치의 위세에 아프리카TV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2022년 10월부터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망 사용료 논란이라는 외부 호재가 터졌다.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내라는 한국 정부에 반발해, 주요 경쟁자였던 트위치가 한국 내 서비스를 대거 축소한 것. 화질 제한, 다시 보기 생성 제한 등에 실망한 트위치 스트리머와 시청자들이 아프리카TV로 다시 돌아왔다.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 콘텐츠로 유명한 크리에이터 ‘양띵’이 대표적인 예다. 아프리카TV에서 트위치로 이적했던 그는 1월 31일 아프리카TV로 복귀를 선언했다. 양띵은 “트위치 다시 보기 제한·화질 제한 이후 수익이 70% 급감했다”며 복귀 사유를 전했다.
여기에 더해 1인 방송 중심 체제에서 벗어나 스포츠, 게임 중계, 커머스로 외연을 넓힌 확장 전략이 먹혀들었다. 월드컵 중계, 리그오브레전드(LOL), 마인크래프트, 라이브 커머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선보였다. 덕분에 과거의 ‘선정성이 강하다’는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었다. 월드컵 중계 시작을 기점으로 아프리카TV DAU는 트위치를 넘어섰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4년 전에 비해 자극적인 콘텐츠가 크게 줄었다. 유해한 채팅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단속한 덕분이다. 또 콘텐츠 개발 지원을 통해 더 다양한 연령층과 성향의 스트리머와 이용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더 다양해진 이용자층을 기반으로 광고주의 산업 스펙트럼을 넓혀 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성장성’ 높다 한목소리
증권가는 아프리카TV가 2022년 4분기 매출 803억~816억원, 영업이익 138억~150억원 수준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전망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하고, 영업이익은 약 20~30%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다소 부진한 실적이지만 ‘문제없다’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적 부진 원인이 없어진 데다, 향후 성장성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데는 일회성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연말 BJ 대상 시상식, 월드컵 중계권료,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 제작비 등으로 사용한 돈이 많았다. 올해는 월드컵이 열리지 않는다.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미래도 밝다. ‘열혈 시청자’로 대표되는 30대 충성 고객층이 여전히 남아 있는 가운데, 10대와 20대 이용자 숫자도 증가 중이다. 시청자 연령층이 다양해지면서 광고 사업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프리카TV의 가장 큰 강점은 ‘충성 고객층’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열혈’이라고도 불리는 이들 충성 고객층은 인기 BJ들에게 막대한 후원금을 쏟아붓는다. 아프리카TV 플랫폼에서 ‘별풍선’이라 불리는 재화를 구입, BJ들에게 후원하는 방식으로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TV는 수수료 수익을 거둔다. 열혈 고객은 대다수가 고액 자산가다. 경기가 어려워도 지출을 줄이지 않는다.
약점으로 꼽히던 1020 사용자 비율은 최근 상승 중이다. 트위치에서 활약하던 게임 스트리머들을 대거 흡수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 아프리카TV로 트위치 스트리머 100명 정도가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0대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스트리머가 들어온 덕을 톡톡히 봤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스포츠 중계와 게임 방송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더 많은 고객을 모으기 위해 서비스도 개선 중이다. 해상도를 1080p에서 1440p까지 끌어올리고, 4K 화질 방송도 곧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층과 콘텐츠 종류가 다변화되면서 광고 사업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김동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게임 외에도 패션, 전자 등 광고주 구성 다변화를 통해 고성장이 예상된다. 플랫폼 광고의 경우 솔루션 기능 고도화와 중간 광고, 배너 광고 등 도입을 통해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경쟁자가 없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유일한 적수로 꼽히는 트위치는 서비스 축소 이후 위세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다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경쟁자가 아닌 ‘공생’ 관계에 가깝다. 유튜브 자체가 긴 라이브 방송보다는 짧게 녹화된 영상을 올리는 데 특화된 플랫폼이다. 대다수 BJ가 생방송은 아프리카TV로 한 뒤, 방송분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방식을 택한다. BJ가 올린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난 뒤 BJ의 생방송을 보기 위해 아프리카TV로 시청자가 유입되는 사례도 적잖다. 경쟁 플랫폼이라 보기는 어렵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5호 (2023.02.08~2023.0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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