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우상화 화보집에서 김대중·노무현 쏙 뺐다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2월 16일)을 앞두고 그가 만났던 해외 정상들을 정리하는 우상화 화보집을 발간했는데, 여기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남측과 했던 회동 사진들은 제외시켰다.
8일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대외선전용 화보 '조선' 2월호에 '희세의 정치원로, 만민의 흠모'라는 제목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우상화하는 사진들을 실었다.
1983년 방중한 김정일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과 환담하는 모습, 2006년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 등이다.
2000년, 2001년 연속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것과 2002년 쩐 득 르엉 베트남 국가주석과의 회담, 1986년 방북했던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의 만남도 소개됐다.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부 장관 및 2001년 유럽연합(EU) 최고위급 대표단과의 회견 사진도 게재했다.
그러나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나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관련 내용은 일절 싣지 않았다.
출판사는 그러면서 화보에서 "김정일 동지는 비범한 외교 지략으로 공화국의 자주권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셨다"며 "조선을 방문한 여러 나라의 당 및 국가수반들과 정계, 사회계 인사들, 대표단들을 만나시어 나라들 사이의 친선관계 발전과 쁠럭불가담(비동맹)운동의 강화 발전, 반제자주 역량의 단결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진로를 환히 밝혀주셨다"고 칭송했다.
외국문출판사는 지난달 발간한 화보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받은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마이클 조던의 사인볼까지 공개했지만 남측과 주고받은 선물은 아예 빼 버렸다.
이에 대해 "경색된 남북 관계로 인해 남한 흔적을 아예 지워버리는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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