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산책길은 뒤돌아 볼 때마다 근사합니다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코로나19 시대에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서울 산책로를 소개합니다. 3년에 걸친 발품 끝에 덜 알려진 장소를 전 국민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상헌 기자]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의 서촌은 청운효자동과 사직동 일대를 일컫는 지역이다. 조선 시대부터 왕족과 양반, 중인들의 거주지로 이름나 있으며 일제 강점기 때에는 여러 화가와 문인들이 살았다. 윤동주 하숙집과 이중섭 생가터, 이상범 가옥, 박노수 미술관이 그러하다.
▲ 인왕산 산책 루트. 수성동 계곡에서 석굴암을 거쳐 숲속쉼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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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진 소나무와 암반 사이로 비취는 서울 시내 풍경이 훌륭할뿐더러, 군부대의 초소였던 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장쾌하다.
맑은 물소리 들리는 청계천 발원지
▲ 맑은 물소리 들리는 계곡. 수성동 계곡에서 바라본 인왕산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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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크 계단을 쉬엄쉬엄 오르면서 뒤돌아볼 때마다 서촌 풍경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다 보면 어느새 석굴암 약수터에 다다른다. 왼편으로 난 샛길을 따라 얼마간 오르면 노출된 암반 위에서 경복궁 일대를 조망할 수 있으니 빼놓지 말고 들러보자.
포개진 바위 사이로 비치는 포인트
다시 길을 따라 걸어 오르면 석굴암 바로 못 미쳐 좌측에 또 하나의 조망점이 산책객을 유혹한다. 비슷한 구도에서 바라보는 서촌 풍경이지만 제법 지대가 높아서 몇 걸음마다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 석굴암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풍경. 노출된 암반과 늘어진 소나무 사이로 서촌이 드러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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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굴암 마당 앞 경치. 푸근한 마당과 바윗돌이 어우러져 별천지에 온 듯한 풍경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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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푹 파인 바윗돌 사이로 내비치는 서촌 풍경이 무척이나 볼만하다. 늘어진 소나무와 깎아지른 암반 사이로 북악산 자락에서부터 남산까지 한눈에 들어오므로 이번 산책 코스에서 가장 '사진적(photographic)'인 장소다.
▲ 인왕산 산책길은 뒤돌아 볼때 마다 절경입니다 #41 ⓒ 이상헌 |
다시 서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흔적만 남은 절터에 금동입상이 덩그라니 놓여 있고, 여기서부터는 데크길을 따라 인왕천약수터를 거쳐 포장도로까지 한달음에 내려갈 수 있다. 계곡 길을 따라 군데군데 노출된 서촌 풍경을 감상하며 산을 내려와 무무대로 가보자.
성곽길 옆 아늑한 숲속 쉼터
자동차길 옆의 도보를 따라 5분여 걷다 보면 무무(無無) 전망대다. 표석을 보니 '아무것도 없구나 오직 아름다움만 있을 뿐'이라고 적어 놓았다. 무무대에서 보는 풍경이 멋지기는 하지만 뭔가 맺어주는 포인트가 없어서 밋밋한 느낌이다. 약간은 허허롭다고나 할까? 비구름이 바람을 타고 흘러가야만 그럴싸한 그림이 나올 것 같다.
▲ 숲속쉼터. 인왕산 동편 자락에 자리한 쉼터로서 둥지 속에 들어온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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