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밀린 이수만, 급거 귀국...SM과 경영권 분쟁 본격화
[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K팝 대표 엔터테인먼트사 SM의 현 경영진과 설립자 이수만 대주주와의 갈등이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SM 현 경영진이 최근 이수만 퇴진을 골자로 한 'SM 3.0' 비전을 발표하며 내홍이 불거진 데 이어 'IT 공룡' 카카오가 SM의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한 것이다.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해외에 머물던 이수만 대주주는 급거 귀국했으며 조만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직접 입장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SM은 카카오와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 경쟁력 회복에 나서겠다며 '환골탈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8일 가요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해외에 머물던 이수만 대주주는 전날 급거 귀국했다.
그는 해외에서 팔이 골절되는 부상을 당해 서울 시내 한 병원으로 바로 이동해 입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만 측은 이날 SM을 상대로 제3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도 낸다.
앞서 SM이사회는 전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에 제3자 방식으로 약 1천119억원 상당의 신주와 1천52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통해 카카오는 지분 약 9.05%를 확보하게 돼 2대 주주로 부상한다.
이수만의 현 지분율은 18.46%로, 카카오가 9.05%를 확보하는 유상증자 이후에는 지분율은 더 떨어져 대주주로서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카카오는 이수만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두고 약 2년에 걸쳐 지리한 협상을 이어왔는데, 전날 이수만 지분 매입이 아닌 신주 발행과 전환사채 방식의 지분 확보를 전격 발표했다.
카카오는 "추가 지분 확보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가요계와 증권가 일각에서 카카오가 SM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뒤 카카오엔터의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전날 SM 이사회 결정에 반대표를 던진 SM 지창훈 사외이사는 "이사들이 제대로 된 논의나 숙고도 없이 회사의 미래에 관한 결정을 했다"며 "(얼라인 요구 사항을 수용해 프로듀싱 개편 등을 논의한) 지난 이사회도 전날 안건을 보내 설 연휴 오전에 비대면으로 회의를 강행했다. 요새 어떤 기업도 이사회를 이렇게 운영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이수만 대주주가 현 경영진이 도입하려는 '멀티 프로듀싱 시스템'을 두고 '공장처럼' 곡을 뽑아내는 방식에 따르는 리스크를 걱정하고 있다"며 "'이수만 지우기'의 한 방편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듀싱 개편안이 진행되면서 이수만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작곡가 유영진도 음반 제작에 예전 같은 영향력을 낼 수 없게 되리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가요계에서는 다음 달로 예정된 SM의 주주총회를 주목하고 있다.
이수만은 대주주로서 이사회 개편안 등을 문제 삼는 주주제안 등의 방편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조만간 전면에 직접 등장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기준 소액 주주 비율이 60%가 넘어 경우에 따라 치열한 '표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얼라인 측 인사가 감사로 선임된 지난해 주총에서는 당시 SM 사측이 이를 저지하려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사인 CD를 나눠주며 소액주주 설득에 나서기도 했다.
SM은 프로듀싱 체계 개편과 카카오의 투자가 회사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며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SM 관계자는 "카카오 측의 역량을 활용한 음원·음반 등 기타 콘텐츠와 관련된 다각적 사업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K-컬처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카오와의 계약 체결은 다각적 사업 협력 및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주주의 구체적·개별적 이해관계'를 우선해 고려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SM 관계자는 이수만 대주주의 반발에 대해서는 "추후 가처분 신청서를 수령하거나 구체적 내용을 인지하게 되면 그 내용을 검토해 보겠다"면서도 "합리적 소통을 통해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SM은 카카오와 손을 잡으면서 프로듀싱 개편을 통한 체질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SM이 보유한 K팝 스타와 히트곡 등 메가 IP(지식재산권)에 카카오가 보유한 IT 플랫폼과 AI(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신사업 발굴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방탄소년단(BTS) 등이 속한 경쟁사 하이브의 사례처럼 카카오와의 계약을 통해 손에 넣은 '실탄'으로 다른 기획사와 레이블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회사 몸집을 불려 IP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보 발매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의도다.
가요계에서는 SM이 이번 회사 체질 개선을 계기로 '본업'인 소속 가수 음악 제작에도 더욱 공을 들여 히트곡 배출에 나서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성수 대표는 지난 3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발라드, 알앤비, 힙합 등 SM이 주력으로 삼지 않는 다양한 장르의 레이블을 인수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대하고 음악적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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