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당뇨병환자에게 돼지 췌도이식…세계 최초 임상시험
올해 상반기 임상시험 돌입
[아시아경제 이명환 기자] 국내 바이오 기업과 의료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돼지의 췌도를 중증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에 나선다.
김성규 제넨바이오 대표와 박정규 서울대학교 장기이식연구소, 김광원 가천대길병원 교수 등은 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 계획을 공개했다. 이들은 "이종췌도이식 임상시험은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 및 세계이종이식학회 기준을 준수한 임상시험"이라고 설명했다.
췌도(랑게르한스섬)는 췌장의 모든 부위에 걸쳐 산재해 있는 내분비세포 조직으로, 세포가 모여 섬처럼 보인다 해서 췌도라고 불린다. 췌도는 인슐린이나 글루카곤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해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췌도가 손상되면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당뇨병에 걸리게 된다. 손상된 췌도를 대체하기 위한 췌도 이식은 그 수요에 비해 실제 이식 건수가 턱없이 모자란다는 게 제넨바이오의 설명이다. 췌도이식은 생체이식이 불가해 뇌사자로부터 이식받아야 하는데, 대부분 경우 췌도가 아닌 췌장이 우선 이식된다. 췌장 이식이 불가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췌장에서 췌도를 적출해 이식하게 된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와 비교해 실제 장기이식이 이뤄지는 경우가 10%가량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한계가 명확한 셈이다.
췌도 생체이식의 대안으로 이종이식에 대한 연구가 각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미니돼지로부터 췌도를 추출해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이식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종장기이식은 다른 종의 생물에서 장기나 조직 또는 세포를 이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실험에는 사람이 감염될 수 있는 미생물을 제거해 무균화 과정을 거친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의 미니돼지가 사용된다. 미니돼지는 장기의 구성이나 크기가 사람과 비슷해 장기이식에 적합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제넨바이오의 임상시험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2021년 8월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한 지 1년 4개월여만이었다. 지난 19일 임상시험이 진행될 가천대 길병원의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까지 통과하면서 임상시험 진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제넨바이오의 임상시험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2021년 8월 임상시험 계획을 제출한 지 1년 4개월여만이었다. 지난 19일 임상시험이 진행될 가천대 길병원의 임상윤리심의위원회(IRB) 심의까지 통과하면서 임상시험 진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제넨바이오와 연구진은 올해 상반기 중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서울대학교 장기이식 연구소는 감염균이 없는 무균 상태의 돼지를 생산해 췌장을 적출한다. 이후 가천대 길병원에 이종이식 제품 제조소 시설을 구축한 제넨바이오에서 췌장으로부터 순수 췌도를 분리 및 정제해 세포치료제로 제품화한다. 가천대 길병원은 정제된 이종췌도를 환자에 이식한 후 면역억제제 치료, 이종췌도 안전성 확인, 이종이식의 효과 등을 확인하며 장기적인 추적관찰을 수행해나갈 예정이다.
박정규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장은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영장류의 장기간 생존일을 비교한 결과에서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의 데이터가 전 세계적으로 월등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이번 임상시험은 세계이종이식학회, 세계이식학회 윤리위원회의 검토까지 받으며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광원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췌도이식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동종이식의 한계가 분명해 이종이식이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며 "췌도이식이 유일한 대안인 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이번 임상시험을 희망으로 만들 수 있도록 제넨바이오 및 서울대 장기이식연구소와 유기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주 제넨바이오 대표도 "가장 높은 안전성 기준에 기반해 준비된 임상시험인 만큼, 제넨바이오가 보유한 핵심 연구역량을 십분 활용해 임상시험을 성공으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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