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퇴출' 위기... EPL은 왜 칼을 빼 들었나

윤현 입력 2023. 2. 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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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규정 위반 의혹 100건 넘어... 독립위 회부

[윤현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맨체시터 시티 엠블럼
ⓒ 프미리미어리그·맨체스터시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스캔들이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다.

EPL 사무국은 지난 6일(현지시각) 맨시티가 2009∼2018년 9시즌 간 100건 이상 재정 규정을 위반하고, 구단 재정 상태를 정확하게 보고하지 않은 혐의가 있다며 독립위원회에 회부했다고 발표했다. 

맨시티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스폰서십 수입을 크게 부풀렸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의 재정적 페어 플레이(FFP)는 구단들이 수입을 과도하게 넘어 지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맨시티는 구단주의 개인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수입으로 가장한 뒤 막대한 자금으로 선수를 사들였다는 혐의다. 

두 번째로는 구단주와 관련된 업체들과 비밀 계약을 맺어 구단 운영 비용을 인위적으로 줄였다는 혐의다. 한마디로 수입은 많아 보이게, 지출은 적어 보이도록 장부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만수르 등에 업은 최강팀 맨시티, 퇴출 위기?

EPL에서 보잘것없는 팀이었던 맨시티는 2008년 아랍에미리트(UAE) 부호 셰이크 만수르가 인수한 뒤 막대한 '오일머니'를 쏟아부으며 스타 선수들을 사들였고, 유럽 최강팀 중 하나로 성장했다.

만수르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맨시티는 2011~2012시즌부터 10년간 EPL 우승 트로피를 6차례나 들어 올렸다. 만수르가 인수하기 전에는 128년간 고작 2차례 우승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다만 재정 규정 위반 혐의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2014년 FFP 위반으로 6000만 유로(약 809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2020년에는 UEFA로부터 2년간 유럽클럽대항전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다만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해 공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징계는 없던 일이 됐다.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
ⓒ 위키피디아
 
그러나 이번엔 EPL이 직접 칼을 빼 들었다. 무려 4년간의 조사 끝에 100건이 넘는 혐의를 내놓았다. EPL 징계 규정은 시효가 없는 데다가 CAS 항소 대상도 아니다. 

맨시티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벌금, 승점 삭감부터 최악의 경우 EPL에서 퇴출당해 하부리그로 쫓겨날 수도 있다. 

특히 승점 삭감은 맨시티가 규정을 위반한 지난 9시즌에도 적용된다. 만약 승점 삭감 징계를 받을 경우 과거의 프리미어리그 순위가 바뀌게 되고, 맨시티의 우승 경력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다. 

EPL 사무국, 다른 의도 있나... 왜 하필 지금?

맨시티는 EPL 사무국의 문제 제기에 "방대한 자료에 놀랐고, 어떤 사전 경고도 받은 바 없다"라며 "독립위원회가 이 문제를 검토하는 것을 환영하고, 이번 기회에 완전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맨시티 관계자는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CAS 판결에서 공소 시효 때문에 징계를 피했다는 오점을 씻어낼 기회"라며 "모든 혐의를 반박할 수 있었지만, CAS 재판에서는 불가능했다"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맨시티는 EPL 사무국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의심도 제기했다. 최근 영국 정부가 축구 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독립 기관 창설을 위한 백서를 발행하려고 하자, EPL 사무국이 '자정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맨시티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영국 현지 언론에서는 영국 정부가 지난달 26일로 예정됐던 백서 발행을 갑작스럽게 2주간 늦추기로 한 것도 EPL 사무국과 사전 조율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이번 사태는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큰 재정 스캔들"이라며 "다만 문제를 제기한 타이밍이 흥미롭고, EPL 사무국은 영국 정부에 스스로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축구 산업 경쟁력 잃을라... 망설이는 영국 정부 
 
 맨체스터 시티 재정 스캔들을 보도하는 영국 BBC방송 갈무리
ⓒ BBC
 
다른 EPL 구단들은 환영하고 나섰다. 재정 규정을 위반해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는 맨시티가 퇴출당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데일리메일>은 "다른 구단들은 벌금, 승점 삭감 등은 큰 의미가 없다고 여긴다"라며 "특히 맨시티와 우승을 다퉜던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리버풀, 토트넘 등 상위권 팀들이 적극적으로 (퇴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라고 전했다.

과거 EP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등을 이끌며 맨시티와 여러 차례 맞붙었던 조제 무리뉴 감독도 "만약 맨시티가 FFP를 어겼다면 모든 활동을 금지해야 한다"라며 "수치스럽고 재앙일 수밖에 없다"라고 비난했다.

반면에 축구 재정 전문가 키어런 매과이어는 BBC에 "축구 산업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영국 정부도 UAE,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 잠재적 해외 투자자들에게 가혹한 규정을 들이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데다가, 경제 침체의 시기를 맞은 영국 정부와 EPL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줄 여유가 없다"라며 "결국 영국 정부와 EPL이 맨시티에 항복하는 결말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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