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 인터뷰] "현실과 타협 없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의 '용기 있는' 도전

조효종 기자 2023. 2. 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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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서귀포] 조효종 기자= 승격팀 광주FC를 이끌고 K리그1 무대에 도전하는 이정효 감독이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8일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빠레브호텔에서 '2023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 캠프' 광주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시즌 K리그2 정상에 오른 광주는 태국 치앙라이, 제주에서 K리그1 복귀를 준비 중이다.


광주는 지난 시즌 대단한 성과를 냈다. 직전 시즌까지 K리그1에서 뛰었던 팀임에도 우승후보로 평가받지 못했는데 예상을 깨고 큰 격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K리그2 한 시즌 최다 승점, 최다승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평가 절하하던 시선을 동기부여 삼아 전진한 이 감독은 K리그1에서도 거침없는 도전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미디어 캠프 기자회견에 참석해 "한 골 넣으면 두 골 넣기 위해, 두 골을 넣으면 세 골을 넣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게 광주FC의 색이자 내 색"이라며 공격 축구를 천명했다.


위기가 닥쳐도 쉽게 흔들릴 생각이 없다.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서도 기조를 이어나가는 게 옳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속 K리그2에서 했던 대로, 추구하는 방향 대로 갈 것"이라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은 이정효 감독 인터뷰


동계 훈련 진행 상황은


선수들과 열심히 잘하고 있다. 생각보다 준비가 잘 안되고 있는 면도 있지만,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어떤 점이 만족스럽지 않은지


선수들 의욕도 좋고 컨디션도 괜찮다. 다만 내가 어려운 숙제를 많이 냈는데, 내 생각보다 이행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잘 이해시키지 못한 내 잘못도 있다. 3주 정도 남아있고, 오늘부터 경기를 한다. 경기를 치르면서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숙제를 내줬나) 전술적인 숙제다. 전술적인 내용을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다. 두 팀으로 나눠서 한 팀은 공격, 한 팀은 수비를 하는 훈련을 한다. 그 다음엔 역할을 바꾼다. 선수들이 적응할 만 하면 바꾸는데, 머리를 많이 써야 해서 어려워하는 것 같다.


지난 시즌 큰 승점 차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수월하게 승격했다. 이번엔 도전자 입장인데


우리가 손쉽게 올라왔다고 보는 시선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 선수들이 피, 땀, 눈물을 흘려가며 노력해 올라온 것이다. 정말 힘들었다. 선수들이 모든 걸 쏟아냈다. 이를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K리그1과 K리그2는 다르지만, 우리가 나아갈 방향은 정해져 있다. 내 색깔을 그대로 가져갈 생각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속 K리그2에서 했던 대로, 추구하는 방향 대로 갈 것이다. (방향성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한 골 넣으면 두 골 넣기 위해, 두 골을 넣으면 세 골을 넣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게 광주FC의 색이자 내 색이다.


작년 '지저분한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선수들에게 '용기 있게 도전하자, 실패는 내가 책임 지겠다'고 했다.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열심히 도전할 것이다.


코치 시절 몇 차례 승격을 경험했는데, K리그1에선 잘 풀리지 않기도 했다. 이번엔 감독으로 K리그1에 도전한다. 어떤 면에서 변화를 줄 것인지


남기일 감독님과 함께 두 번 승격했다. 당시 지키려고 했던 면이 있었다. 내 커리어 상 언젠가 감독을 맡게 되면 K리그2에서 시작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서 상상했던 적이 있다. 우리는 K리그1에서 지킬 생각이 없다. 무모하더라도 공격 밖에 없다. 우리 선수들 성장을 위해서라도 그렇다. (너무 무모한 도전은 아닐까) 지키는 축구를 했다가 결과가 나쁘면 더 억울하지 않을까. 용기 있게 도전해야 실패해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내 색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선수들 앞에서도 나는 어떻게 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나중에 거짓말하지 않기 위해서, 떳떳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선수들이 잘 인지하고 있다. 선수들도 공격적으로 임할 것이다.


시즌 말미가 되면, 승점 관리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때도 '공격 앞으로' 기조는 그대로일지


현실과 타협하고 싶지 않다. 우리 광주FC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다들 잠재력이 있다. 이 선수들을 아시안게임, 올림픽, A대표팀으로 보내려면 그 길이 맞다고 생각한다.


선수단 운영 계획은?


다행히 내가 영입하려고 했던 선수들을 영입했고 지키려고 했던 선수들을 지켰다. 내가 구상하는 멤버는 24, 25명인데, 그 정도는 가동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2명 정도 더 들어오면, 시즌을 운영하면서 특히 여름에 더 여유가 생길 것이다. 과감한 교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 선수단을 장악하는지


운동장에 있는 두 시간 정도는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다. 그 외 시간에는 동네 형, 동네 아저씨처럼 농담도 하고 선수들과 잘 지낸다. 선수들도 운동장 안팎에서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더라.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우린 프로다. 프로 답게 운동장에선 자기 할 일하는 거다. 운동장 밖에선 신경 쓰지 않는다. 프로 선수답게만 행동하라고 한다. 그 안에 많은 뜻이 내포돼 있는데, 선수들이 잘 이해하고 있다.


작년 미디어 데이 때 우승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다. 승격을 달성한 뒤 시선이 달라진 것 같은지


처음 미디어 데이에 갔을 때, 소위 '개무시'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무시당하는 건 상관 없다. 다만 우리 선수들이 당시 동계 훈련 때 노력을 많이 했는데, 선수들의 노력은 생각하지 않고 내가 초짜 감독이라 우리 팀 자체를 싸잡아 무시하더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올 시즌에는 또 시험대, 강등 후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칭찬에 인색한 것 같다. 잘하면 잘한다고 하면 되는데, 시기하고 안 되길 바라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더 잘하려고 한다.


이번 시즌 팀 목표는?


축구계 지인 분들이 '너무 무모한 것 아니냐, 자신감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말을 하더라. 우리 선수들을 믿어서 자신 있는 것이다. K리그2에서 우승하고, 동계 훈련을 진행하면서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내색하고 싶지 않아서 선수들을 계속 다그치고 압박하지만, 선수들이 매일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즐겁다. 우리 선수들이 K리그1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본인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느끼게 해주고 싶다. 우리 선수들이 청소년 대표, 아시안게임, 올림픽, 국가대표팀에 많이 뽑혔으면 좋겠다. 그게 내 목표다. K리그1에서의 목표는 선수들과 공유하겠다.


전지훈련 도중 김종우가 포항스틸러스로 떠났다


많이 아쉽다. 종우가 작년 많이 힘들었다. 올해 동계 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래서 기대를 많이 했다. 종우가 상당히 좋아졌다. 본인이 왜 변해야 하는지 이해하고, 변하기 시작했다. 좋은 선수다. 좋은 선수니까 타 구단에서 많은 이적료를 제시하고 데려가지 않았겠나. 빈 자리가 클 것이다. 하지만 광주FC가 갖고 있는 숙명이다. 다른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어 충분히 대체하고 있다. 선수들이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마음가짐이나 각오가 남다른 것 같은데


나는 계속 잘해야 한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리나라 정서 상 아직 서울대학교 학생은 서울대 나온 교수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게 조금 아쉽다. 능력 있는 사람이 가르치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큰 꿈이 있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으면 그런 꿈을 꿀 수 없다. 나도 편하게 입을 수 있다. 하지만 편하다 보면 어떤 일을 할 때 최고가 될 수 없다. 그런 마음가짐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뚜렷한 소신이 돋보인다.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격언이 있을지


많다. 카카오톡 프로필에도 적혀 있는데, '수적천석'이란 말이 있다. 작은 노력이 모여 큰 결실을 맺는다는 뜻이다. '이청득심'이란 말도 있다. 많이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음덕양보'도 있다. 음지에서 베풀면 결국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이런 말들을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광주가 K리그1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광주 축구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운동장이 많지 않다. 항상 버스틀 타고 이동하고, 운동장도 두 시간 이상 쓰지 못한다. 운동하다 쫓겨난 적도 있다. 그런 환경부터 바뀌어야 한다. 선수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운동장이 마련돼야 한다. 다행히도 구단주인 강기정 시장님께서 운동장을 하나 마련해 주신다. 그런 점이 하나씩 개선된다면, 광주가 K리그1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목소리를 내려면 당연히 결과를 내야 한다. 그래서라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지난 시즌 팬분들께 선물을 드리겠다는 공약을 지켰다. 올해 공약은?


결과를 좋게 내면 우리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번엔 구단이나 팬분들께서 해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공약을 거는 건 식상하기도 하다. 마지막 홈경기 때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선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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