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기 괴로운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80대·심부전 환자도 치료 가능하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3. 2. 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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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톡톡_ 김대희·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환자 절반, 노화 원인인 '퇴행성' 가만히 있어도 심각한 호흡곤란
일차성에 젊다면 개흉수술 시도
초고령자나 기저질환 있다면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 권장
당일 시술 가능, 빠른 회복 '장점' 시술 이후 약물로 심부전 관리를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나이가 들면 쉽게 숨이 차고, 기침·가래가 많아지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이러한 증상들은 이름도 낯선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의 신호일 수 있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가만히 누워 숨을 쉬기조차 어려울 만큼 괴로운 병이다. 노인, 심부전 환자 등에서 많이 생기지만, 정작 이들은 수술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만 하는 경우가 흔하다. 다행히 수년 전 클립을 이용한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TEER)'이 국내에 등장하며 수술 고위험 환자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국내에서 최초로 클립을 이용한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을 시행한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와 강도윤 교수를 만나 최신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어떤 질환인가?

김대희 교수: 심장에는 문 역할을 하는 판막이라는 구조물이 4개 있다. 그 중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의 문 역할을 하는 승모판막이 제 역할을 못해 생기는 병이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이다. 문이 제대로 열고 닫혀야 피가 역류하지 않는다. 주요 원인은 노화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류마티스성 판막질환이 많았지만, 서구화되면서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의 50%는 노화가 원인인 퇴행성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이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의 중증도는 1~4단계로 나누는데, 미국 데이터를 보면, 3단계 이상 중증도·중증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가 65세 이상 인구의 3%를 차지한다.

―퇴행성 질환인데 치료의미가 있나?

김대희 교수: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누워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호흡곤란이 나타나 응급실을 찾게 된다. 보통 초기에는 증상이 특별히 없다. 계단을 올라가거나 빨리 걸을 때 호흡 곤란이 나타나는 정도이다. 노인의 경우, 나이 때문에 숨이 차다고 생각하고, 병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가만히 있어도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치료 계획을 논의하고 있는 김대희·강도윤 교수 /신지호 기자

―치료는 어떻게 하나?

김대희 교수: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4단계에서 치료를 하는 게 원칙이다. 처음에는 약물치료를 하고, 약물이 반응하지 않으면 수술 또는 시술을 한다. 치료시기나 방법은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크게 일차성 승모판막 폐쇄부전증과 이차성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으로 나누는데, 일차성은 승모판막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차성은 승모판막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심부전이나 기타 좌심실 기능에 문제가 있어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일차성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기본적으로 승모판 퇴행성변화로 인한 승모판 탈출증이라고 하는 문제가 많기에 중증 증상이 있을 때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최근엔 증상이 없어도 수술을 하는 게 좋다는 데이터들이 많이 나와 조기에 판막 성형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수술과 시술은 어떤 차이가 있나?

강도윤 교수: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의 수술은 개흉수술을, 시술은 주로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을 의미한다.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은 사용한 지 10년 정도 되는 기술로, 우리나라에는 2020년 도입됐다. 대부분의 환자는 수술 대상에 포함된다. 일차성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의 경우, 아직까진 비교적 젊은 환자가 많고, 수술 성적도 좋기에 수술을 먼저 권유한다. 시술은 초고령 환자나 심장근육이 망가져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이 생긴 이차성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 등에게 권한다. 다만, 일차성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 중에서도 80대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은 시술을 한다.

―시술이 필요한 고위험군이란 어떤 사람들인가?

김대희 교수: 미국에서 나온 환자의 심장 수술 위험도를 평가하는 시스템 'STS Score'로 계산했을 때 수술 후 사망률이 8% 이상의 환자를 고위험군으로 정의한다. 이 경우는 수술 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 시술을 추천한다. 그다음 고위험 요소는 나이이다. 다른 동반 질환이 없어도 80세 이상 고령자는 여러 이유로 개흉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60~70대라도 다른 동반 질환 때문에 수술이 어려운 환자도 시술할 수 있으며, 연구 근거에 따라 심부전 관련 질환이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시술을 우선으로 시행한다.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의 수술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김대희 교수 /신지호 기자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의 예후는 어떠한가?

강도윤 교수: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은 미 FDA 승인을 받아 표준치료로 자리 잡은 시술이다. 오전에 시술하면, 오후에 식사하고 저녁부터 걸어 다닐 수 있다. 빠른 회복기간이 시술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시술 2~3일 뒤에 퇴원을 한다.

―수술·시술 후 주의사항이 있을까?

강도윤 교수: 약물치료는 계속 해야 한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이 치료가 되더라도 기본적으로 이 질환이 발생한 환자의 심장은 이미 약해진 상태이고, 심부전증이 동반되기 때문에 시술 이후에도 계속 관리를 해야 한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와 고위험군이라 치료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김대희 교수: 보통 80대 환자에게 시술을 권유하면 '살만큼 살았고 자식한테 신세 지기 싫어서 그냥 그대로 살다가 가겠다'고 하시는데, 시술을 하고 나면 굉장히 만족해하신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절대 편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하는 병이 아니다. 점점 고통스러워지고, 나중에는 누워서 잠을 잘 수도 없고, 숨이 차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되는 병이다.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강도윤 교수: 나이가 많고 동반질환이 많아 수술이라면 일단 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는 새로운 치료법이 생겼다. 굉장히 안전하게 치료받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포기하지 마시고 병원을 방문하시길 바란다. 다만, 현재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인데, 환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 서둘러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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