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든 돼지든 바쳐라"…北, 강요에 주민들도 "어처구니 없다"

한지혜 입력 2023. 2. 8. 08:23 수정 2023. 2. 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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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북한 '항일유격대' 창설 9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화성-15형'. 연합뉴스

북한이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인 8일 열병식을 개최하는 가운데 주민들에게 군부대 지원물자를 강요했다는 정황이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전해졌다.

RFA에 따르면 북한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지난 5일 “인민군 창건절을 맞으며 안주시에서는 인민반 세대별로 내화 5000원(약 0.6달러)을 인민군대 지원금으로 거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함흥시 당국은 여유가 있는 주민들은 의무적 지원금 5000원 외에도 쌀이든 돈이든, 돼지든 충성심을 가지고 군대지원물자로 바치라고 연일 선전선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군 창건절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군대 지원금으로 내화 2000원(약 0.24 달러)이 부과됐다. 올해 인민군 창건 정주년(열이나 다섯을 단위로 의미 있게 맞이하는 해)을 맞는 해로 군대 지원사업을 크게 벌리라는 중앙의 지시가 하달되면서 주민 세부담이 2배 이상 늘어났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함경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도 “이달 초부터 중앙에서는 주민대상으로 인민군 창건 75주년을 맞으며 인민군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자는 사상교양사업을 전 군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중앙텔레비죤과3방송에서는 2.8절(건군절)을 맞으며 연일 인민군대를 혁명의 강군으로 키우시고 민족을 지키시는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를 받들어가자고 선전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2012년 4월 열병식에 공개한 북한 무인 타격기. 중앙포토


하지만 이런 지시에 주민들은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장사가 안 되어 가족이 먹을 쌀도 해결하기 힘든데, 장마당에서 쌀 1키로를 살 수 있는 5000원이 어디에 있냐며 반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대 식량 자금마저 주민세부담으로 강제하고 있는 당국의 선전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라고도 전했다.

북한은 이달 말 농업 문제를 단일 안건으로 하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한다. 지난 연말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소집한 것은 이례적으로 식량문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량은 451만 톤으로, 전년 대비(469만 톤) 3.8% 감소한 것으로 측정된다.

한편 북한은 8일 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한다. 이번에도 심야에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열병식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대미 메시지 발신 여부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초대형 방사포와 스텔스 무인기 등 신형 무기 공개 여부가 주목된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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