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셔츠 장사에 재미 들린 축구 클럽

김식 2023. 2.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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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셔츠 장사에 재미 들린 축구 클럽
매년 7월이 되면 유럽 축구 클럽은 새 시즌에 맞춰 새로운 홈 셔츠를 출시한다. 어웨이 셔츠는 홈 셔츠와 같이 공개될 때도 있고, 몇 주 늦게 출시되기도 한다. 시즌이 시작하면 클럽은 서드 셔츠도 선보인다. 경우에 따라 스페셜 에디션이라 불리기도 하는 네 번째 셔츠를 내놓는 클럽도 있다. 

잉글랜드에서 최초로 셔츠를 대중에게 판매한 클럽은 1973년 리즈 유나이티드였다. 한가지 색상이 아닌 여러 색으로 구성되어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당시 리즈 셔츠의 가격은 £5(5파운드)였다. 리즈의 셔츠 판매가 큰 성공을 거둔 이후 클럽들은 셔츠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아울러 1970년대 후반부터 잉글랜드 축구의 상업화는 빠르게 시작되었다. 리버풀이 프로팀으로는 최초로 1979년 일본의 가전기업 히타치와 셔츠 스폰서 계약을 맺는다. 축구의 상업화와 함께 클럽의 셔츠는 예전보다 자주 바뀌게 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매년 새 셔츠가 출시된 것은 아니었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한번 셔츠가 나오면 클럽은 적어도 2시즌은 착용했다. 

프리미어리그(EPL)가 출범한 1992~93시즌 아스날,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성인 레플리카(replica) 셔츠 가격은 £29.99였다. 31년 후인 2022~23시즌 이들 셔츠의 가격은 £70까지 올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품 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 5년 동안 EPL의 셔츠 가격은 인플레이션보다 거의 3배 더 빠르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5년 전 EPL 셔츠의 평균 가격은 £52였고, BBC에 따르면 현재 돈으로 £56에 해당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EPL 클럽의 평균 셔츠 가격은 £63에 이른다. 

표에서 보이듯이 셔츠 가격은 클럽마다 다르다. 보통 성적이 뒷받침되는 빅 클럽들의 셔츠가 중소 팀보다 비싸게 책정된다. 

그런 점에서 풀럼 셔츠의 가격(£70)은 의외다. 1879년 출범한 풀럼은 런던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프로 축구팀이지만, 최고 성적이 FA컵 준우승 한 번일 정도로 성적과는 거리가 먼 클럽이기 때문이다. 풀럼과 비슷한 역사에 역시 런던에 위치한 브렌트포드의 셔츠가£49인 것과 비교된다. 특히 풀럼은 5년 전 £50에서 무려 40%나 올려 당혹스러움마저 주고 있다. 

토트넘은 빅6에 속하는 게 무색할 정도로 라이벌 클럽들보다 오랫동안 우승 경력이 없다. 토트넘의 셔츠 가격이 EPL에서 가장 비싼 것에 대해 현지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부분의 빅 클럽들은 레플리카 외에도 어센틱(authentic) 셔츠도 같이 출시한다. 이들을 사전적 의미인 ‘복제품’과 ‘진품’으로 구분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어센틱은 선수, 레플리카는 팬을 위해 각각 만들어졌다고 구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어센틱과 레플리카 셔츠는 겉보기에는 거의 똑같지만, 몇 가지 큰 차이가 있다. 어센틱은 프리미엄 직물과 소재를 사용한다. 따라서 더 가볍고, 통기성이 좋으며, 편안함을 선사한다.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어센틱은 셔츠에 부착된 클럽 로고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열압식 로고를 쓴다. 세탁기에 어센틱 셔츠를 넣고 막 돌리면, 클럽 로고가 벗겨질 수도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에 반해 레플리카 셔츠는 자수 로고를 사용해 내구성이 좋다. 
 
어센틱은 레플리카에 비해 몸에 훨씬 더 밀착되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슬림핏이라 생각하면 된다. 어센틱은 선수들에게 더 어울리는 핏이므로, 일반인이 어센틱을 살 경우 (특히 아디다스, 푸마 제품인 경우) 한 치수 큰 것을 사는 게 좋다. 그에 반해 레플리카는 핏에 여유가 있어, 팬들이 캐주얼하게 입기에 안성맞춤이다. 수집용으로 셔츠를 구입한다면 어센틱을 추천한다. EPL 클럽 어센틱 셔츠의 가격은 £100~115에 형성되어 있다. 
 
셔츠를 샀다고 끝이 아니다. 많은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과 번호를 셔츠에 마킹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알파벳 글자와 번호 하나당 각각 액수를 매겼기에, 이름이 긴 선수를 마킹하려면 더 많은 돈이 들어갔다. 하지만 현재 EPL 클럽들은 글자나 숫자 수에 상관없이 일괄적인 액수(£15~16)를 징수하고 있다. 또한 프리미어리그나 챔피언스리그 패치를 소매에 부착하려면 £5~10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셔츠 가격 외에도 부가적인 비용까지 합하면, 셔츠 하나 마련하기 위해 꽤 큰 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럽은 이런 셔츠를 매년 최소 3개 출시하며 팬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이에 많은 현지 팬들은 치솟는 입장료에 직관을 포기했듯이, 매년 셔츠 사는 것을 중단한 지 오래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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