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작가의 루틴<5>-최지은의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하루만보 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를 위해 매일 천자 필사 콘텐츠를 제공한다.
애도는 상실의 대상을 완전히 잊고 멀리 보내 버리는 것이 아니니까요.
내일을 생각하게 하고, 기대하고, 꿈꾸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요.
잘 모르는 타인과 타인의 고통에 대해 마치 조금은 아는 것처럼 공감을 이야기하던 것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도는 상실의 대상을 완전히 잊고 멀리 보내 버리는 것이 아니니까요. 사라진 것은 사라진 것으로 두고, 달라지는 것을 계속해 느끼며 또 다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애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끝이 없을 것 같아요. 상실로 인해 획득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 때때로 두렵고 어두운 것을 알면서도 안고 나아가는 사람의 마음을 상상해 봅니다. 내일의 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하면서요. 내일을 생각하게 하고, 기대하고, 꿈꾸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요.
'나'에 대해 고민하고 나를 만나는 시간이 늘어 갈수록 저는 '내가 없는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처럼 너를 생각하는 마음'은 점점 '내가 아닌 너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변화하게 되었고요. 잘 모르는 타인과 타인의 고통에 대해 마치 조금은 아는 것처럼 공감을 이야기하던 것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의 것은 그의 것으로 온전히 돌려주는 것, 그 자리에 두는 것, 그 자체로 존중하는 마음도 시를 쓰며 돌아보게 되었어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조차 아버지의 것은 아버지의 것으로. 나의 것은 나의 것으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생각합니다. 마음이 아프고 슬픈 것과는 또 다르게요.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은 라벨링으로 굳어지고 고정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계속해서 변화하고 흔들리는 존재라는 것을. 이런 것을 쓰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 한 깨끗한 마음으로요. 익숙한 슬픔을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면서, 다른 이름을 붙여 주면서, 자꾸 달라지는 나를 기록해 가면 좋겠어요.
그러니 체력을 돌보는 마음을 돌봐야 합니다. 시를 쓰기에 좋은 날은 따로 없을지 몰라도, 시를 쓰기에 힘든 순간은 몸이 아플 때입니다. 몸이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죠.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최지은 외 6인, <작가의 루틴: 시 쓰는 하루>, &(앤드), 1만5000원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어떻게 담뱃갑에서 뱀이 쏟아져?"…동물밀수에 한국도 무방비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