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빨리 봄을 만나는 법

2023. 2. 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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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무렵이면 꼭 검색해보는 날짜가 있다.

가으내 하나하나 손으로 심은 700만개의 구근은 이른 봄 100종 이상의 튤립으로 일제히 변신해 화려한 날개를 편다.

유럽에서 쾨켄호프 개장을 봄의 시작으로 여기는 이유다.

입춘이 지나니 사뭇 봄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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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입춘 무렵이면 꼭 검색해보는 날짜가 있다. 찾아보니 올해는 3월 2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인근 쾨켄호프(Keukenhof) 개장일이다. 부엌(Keuken)을 위한 정원(Hof)이니 채마밭쯤 되는 이름이지만 32만㎡에 펼쳐진 튤립꽃밭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봄 정원으로 첫손 꼽힌다. 가으내 하나하나 손으로 심은 700만개의 구근은 이른 봄 100종 이상의 튤립으로 일제히 변신해 화려한 날개를 편다. 잎과 줄기의 진초록과 빨강 노랑 하양 보라 등 원색의 꽃대궐은 아직 칙칙한 회색의 겨울을 강제로 밀쳐낸다. 유럽에서 쾨켄호프 개장을 봄의 시작으로 여기는 이유다. 1950년 개장했으니 올해로 74년째인데 1년에 딱 8주만 문을 열고 다음 해를 준비하느라 나머지 44주는 문을 닫는다.

구근식물은 공이나 덩어리처럼 생긴 알뿌리를 가진 다년생 풀로, 튤립을 비롯해 수선화·나리·아이리스 같은 꽃과 양파 마늘 생강 감자 고구마 등 채소도 포함한다. 구근(Bulbs)은 잎이나 줄기나 뿌리에 양분이 집적돼 둥글게 비대해진 땅속 조직으로 싹이 나올 눈을 가졌는데, 심으면 축적된 양분을 활용해 다른 식물보다 빠르게 자라 멋진 꽃을 피운다. 단아한 형상에 꽃이 매혹적인 튤립, 추위에 강해 차가운 마음도 수선하는 수선화, 무게당 가장 비싼 식재료라는 사프란을 암술로 갖춘 크로커스, 향기로운 히아신스와 프리지어, 앙증맞은 무스카리 등 구근식물은 이른 봄 도시에서 단연 눈에 띈다.

입춘이 지나니 사뭇 봄 날씨다. 빨리 봄을 만나는 법은 일찍 꽃을 피우는 구근식물을 집에 들이는 것이다. 구근식물은 늘 아름다운 꽃을 약속하는데, 자체 양분이 많아 소위 식린이(식물재배+어린이)도 물만 주면 완벽한 꽃을 피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구근에 양분을 비축하는 건 새해를 맞이할 준비이고 또 다른 희망의 필요조건이다. 얼마 남지 않은 겨울, 자양분을 충분히 저장해 힘찬 새봄 맞으시길.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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