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세계가 지켜볼 홍콩의 보안법 재판

권지혜 입력 2023. 2. 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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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홍콩에선 입법회(국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 선거가 열렸다.

예비 선거 자체가 홍콩 국가보안법과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당국의 경고에도 등록 유권자(445만명)의 10%가 넘는 61만명이 투표장에 나갔다.

홍콩 검찰은 "입법회에서 다수 지위를 점하는 것은 정부에 대항하는 치명적인 헌법상 무기로 간주된다"며 "예비 선거는 과반 확보를 위한 핵심 단계 중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안법 시행과 선거제 개편으로 홍콩은 빠르게 중국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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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2020년 7월 홍콩에선 입법회(국회) 의원 선거에 출마할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예비 선거가 열렸다. 예비 선거 자체가 홍콩 국가보안법과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당국의 경고에도 등록 유권자(445만명)의 10%가 넘는 61만명이 투표장에 나갔다. 홍콩 범민주 진영은 그해 9월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에서 전체 70석 중 과반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9년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 속에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야권이 압승한 터라 분위기가 달아오른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단 입법회 선거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연기됐다. 이어 이듬해 1월 예비 선거에 참여한 야권 정치인과 활동가들이 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거 체포됐다. 중국은 홍콩 선거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기 시작했다.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만든다며 공직 후보 심사를 강화하고 입법회 의석을 90명으로 늘려 친중 인사가 더 많이 진출하도록 했다. 보안법 시행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표결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석령 서명, 홍콩 의회의 법 개정 작업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선거제 개편 후 처음 치러진 2021년 12월 입법회 선거는 민주 진영 후보 없이 30.2%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고 끝났다.

그리고 2년 전 무더기로 체포돼 기소된 47명에 대한 재판이 6일 시작됐다. 이들은 보안법상 국가 전복을 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홍콩 검찰은 “입법회에서 다수 지위를 점하는 것은 정부에 대항하는 치명적인 헌법상 무기로 간주된다”며 “예비 선거는 과반 확보를 위한 핵심 단계 중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예비 선거에 출마했던 인사들이 입법회 의원에 당선되면 정부 예산을 보이콧하겠다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것 등이 증거로 제시됐다. 47명 중 31명은 혐의를 인정했고 16명은 부인하고 있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돌려받으면서 50년간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는 ‘일국양제’(한 나라 두 체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보안법 시행과 선거제 개편으로 홍콩은 빠르게 중국화되고 있다. 반중 성향 단체와 언론사는 문을 닫았고 집회 시위는 사라졌다. 집권 3기를 시작한 시 주석이 덩샤오핑 시절의 일국양제를 대체할 새 이론 수립을 지시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나왔다. 홍콩의 일국양제가 무력화된 이상 대만 통일 전략에도 변경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만든 책사 왕후닝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게 이 작업을 맡겼다고 한다.

홍콩 보안법 재판은 시진핑 3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는 다음 달 양회 전 시작됐다. 정부 인사와 정책 결정을 앞두고 공직 사회가 납작 엎드려 있는 시기다. 보안법 시행 후 국가 전복 혐의가 적용된 첫 사례이자 최대 인원이 기소된 재판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중국은 홍콩 선거제 개편을 정당화하고 보안법의 위력을 보여줄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중국 관영 매체는 벌써부터 주동자들이 종신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해 정부를 견제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에게 국가 전복 혐의를 씌워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홍콩프리프레스(HKFP)는 보안법 재판을 방청하려는 사람들이 전날 밤부터 법원 앞에 줄을 섰고 그중에는 홍콩 주재 각국 영사관 대표도 있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가 이 재판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 중국에 압박이 될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일국’만 남고 ‘양제’는 사라진 홍콩을 떠나는 탈출 행렬과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은 더 강해질 거라는 점이다.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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