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인지기능 개선제 ‘줄 퇴출’…업계, 대안 찾기 골몰

민태원 2023. 2. 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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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깜빡깜빡하는 증상이 반복되거나 심화된다고 느낀다면 의심해 봐야 할 '인지 기능 장애'.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등 인지기능 저하가 있지만 혼자서 생활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 단계이며 치매는 인지기능이 떨어져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세틸콜린과 옥시라세탐에 이어 콜린알포도 유효성에 대한 도전을 받게 되면서 인지기능 개선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치매 예방을 위해 뇌기능 개선제가 중요한 상황인만큼 대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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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진행 전 경도인지장애 단계서 관리해야 예방
아세틸 이어 옥시라세탐도 퇴출…콜린알포도 지위 흔들
게티이미지

자꾸 깜빡깜빡하는 증상이 반복되거나 심화된다고 느낀다면 의심해 봐야 할 ‘인지 기능 장애’. 사소한 건망증이라도 지속된다면 치매 예방을 위해서 병원을 찾아 경도인지장애가 아닌지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치료제로는 치매가 진행된 경우 증상을 완화하는 정도만 가능할 뿐 병의 악화를 막는 등 근원적 치료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치매 발생 전에 ‘적신호’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진단 및 관리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등 인지기능 저하가 있지만 혼자서 생활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 단계이며 치매는 인지기능이 떨어져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최근 인지기능 저하를 27% 늦추는 효과가 입증된 알츠하이머성 치매 신약(레카네맙)이 등장했지만 미국(조건부 허가)을 제외한 나라에는 아직 승인되지 않아 보편적으로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한치매학회 보험이사인 순천향의대 신경과 양영순 교수는 8일 “치매는 발생 직전 예방이 가장 중요한 질병이다. 경도인지장애 및 주관적 기억장애 단계에서 관리한다면 치매는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인지기능 개선제 잇딴 퇴출…업계 ‘곤혹’
이처럼 치매 예방을 위해 초반에 인지기능 장애를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실정이지만 인지기능 개선제는 잇딴 퇴출로 제약업계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16일 임상시험재평가 결과 혈관성 인지기능 장애 증상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옥시라세탐’ 성분 의약품에 대해 처방·조제를 중지하고 의료진에게 대체 의약품 사용을 권고하는 서한을 배포했다.
옥시라세탐 제제는 인지장애 개선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제약사와 임상시험 설계를 논의할 때 2차 평가변수를 추가하고, 제출 기한을 4번 연장하는 등 임상재평가 보고서 결과 제출까지 7년여가 걸렸지만 결국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옥시라세탐 관련 6개 품목이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앞서 인지기능 개선제 ‘아세틸엘카르니틴’도 임상재평가에서 탈락한 바 있다. 아세틸엘카르니틴은 ‘일차적 퇴행성질환’과 ‘뇌혈관질환에 의한 2차적 퇴행성질환’ 2013년 임상재평가가 지시된 후 각각 2019년, 2022년 효능이 삭제되며 퇴출됐다.

#은행잎 성분 등 혈액순환 개선제 관심↑
인지기능 개선제의 잇딴 퇴출로 뇌기능 개선제 중 가장 매출 규모가 큰 ‘콜린알포세레이트’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콜린알포 제제는 연 매출 규모가 약 5000억원대로, 현재 국내 65개 업체가 해당 성분이 들어간 의약품을 팔고 있다. 하지만 콜린알포 제제 역시 뇌기능 개선제로 임상재평가 대상에 오르면서 유효성을 검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콜린알포 제제는 치매 환자, 혈관성 경도인지장애 환자, 퇴행성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총 3개의 임상이 설계돼 있다.

여기에 콜린알포 제제 관련해서 보건복지부가 인지기능 개선 적응증에 대한 환자 본인 부담을 30%에서 80%로 올리는 내용의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 개정 고시를 2020년 발령한 바 있다. 제약사들이 급여 축소의 부당함을 따지는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지만, 환자들의 본인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인지기능 개선제들이 연달아 흔들리면서 업계는 대체제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덩달아 혈액순환 개선제인 은행잎 제제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약학정보원 약물백과에 따르면 뇌기능 개선제는 크게 아세틸콜린 전달 촉진제와 혈액순환 개선제로 나뉜다. 아세틸콜린 전달 촉진제는 세포간 신경전달물질이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도와주고, 혈액순환제는 뇌혈관에 흐르는 혈액량을 늘려줘 뇌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포도당을 제공해 뇌 활동을 돕는 역할로 작용하는 기전은 다르지만 모두 뇌기능을 개선시키는 역할을 한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옥시라세탐 등이 아세틸콜린 전달 촉진제에 해당한다.

혈액순환 개선제 중 은행잎 추출물 성분 약제는 세계 65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여러 국가 진료지침에서 주관적 혹은 경도인지장애 치료제로 권고 및 처방된다.
지난해까지도 은행잎 추출물 다처방 국가인 독일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리얼월드데이터에 은행잎 추출물의 처방 횟수가 증가할수록 치매로의 진행 위험이 낮았다는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은행잎 성분 혈액순환 개선제로는 기넥신(SK케미칼) 타나민(유유제약)을 포함해 40여개가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은행잎 추출물 제제 시장은 연간 565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세틸콜린과 옥시라세탐에 이어 콜린알포도 유효성에 대한 도전을 받게 되면서 인지기능 개선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치매 예방을 위해 뇌기능 개선제가 중요한 상황인만큼 대안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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