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짜뉴스 퍼뜨리는 정치 장사꾼들

입력 2023. 2. 8. 00:44 수정 2023. 2. 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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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오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가짜(fake)와 뉴스(news)는 서로 맞지 않는 단어다. 그 자체로 일종의 형용모순이다. 가짜면 뉴스가 될 수 없고 뉴스면 가짜가 없어야 한다. 서로를 부정하는 기괴한 조합이라고 할까.

속성이 다른 이 둘을 결합하면 뉴스 본래의 신뢰와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럽연합(EU)은 2018년부터 공식적으로 가짜뉴스 대신 허위정보(Disinformation)라는 용어를 쓰고, 한국방송통신위원회는 여기에 조작을 더해 허위조작정보라는 말을 2019년 6월부터 쓰기로 했다.

그러나 프레임에 갇힌 듯 지금은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뉴노멀이 된 듯하다. 그런 용어를 쓰면 안 된다는 논리는 일부의 공허한 주장이 된듯한 느낌이다. 권력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하면 진짜 뉴스, 불리하면 가짜뉴스로 치부해버리니 빠르게 일반화된 측면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 원조로 꼽힌다. 가짜와 뉴스를 반드시 떼어놓기 위해서라도 가짜뉴스라는 말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 여론 조작과 국민 갈라치기 심각
악의적 뉴스엔 엄한 책임 물어야
사실과 의견 구별하는 교육 필요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가짜뉴스는 전체 내용이 엉터리이거나 날조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사실을 나열하면서 일부분만 조작하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끼워 넣는 사례도 많다. 어떤 세력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가짜뉴스의 주체·내용·목적·형식 중에서 목적이 중요한데, 그것이 바로 의도성이다.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보다 더한 허위정보 또는 조작정보를 말한다. 그럴듯한 도덕성과 진영논리로 포장하기도 하고 개념 있는 체하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과 이권의 노림수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여론을 조작하고 국민을 갈라친다.

그런 행위의 주체는 주로 정치인이나 SNS 선동가 또는 장사꾼들이다. 굳이 이름이나 사례를 명시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들은 사실 여부는 개의치 않은 채 인기 영합과 정치권력 획득, 이권을 위해 아무 말이나 내지르고 본다. 맹목적 팬덤을 만들어 마치 치외법권인 것처럼 법과 진실을 조롱하기까지 한다.

그로 인한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혹세무민(惑世誣民)과 곡학아세(曲學阿世)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 무엇보다 국민의 일상 자체가 피곤하다. 뻔한 사안을 놓고도 판단 장애에 빠진다.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를 보고도 선뜻 해석과 판단을 주저한다. 댓글과 단톡방, 관련 소셜 미디어나 TV 패널들의 얘기를 듣고 나서 결국 자기 입맛에 맞는 얘기만 골라서 판단하게 된다. 원하는 것만 보고 믿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자기편끼리 모여 메아리 같은 소통만 하는 메아리 방(Echo chamber) 현상이다.

한국사회는 압축적인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선진국으로 분류했다. 그렇지만 남북분단과 남·남갈등, 지역주의, 빈부갈등 등 여러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우리에게 가짜뉴스는 집단적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는 암 덩어리 같은 존재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도 안 했다고 우기고, 때론 배짱마저 튕기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어버린다.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상습적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누가 언제 어떤 거짓말했는지 꼼꼼히 기록해서 영원히 자료로 남기고 수시로 대중에게 공개해 알릴 필요가 있다. 무한정의 디지털 기록 시대 아닌가. 언론사나 언론의 탈을 쓴 선동가·장사꾼들이 거짓으로 대중을 우롱하는 사회, 잘못을 저지르고도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는 이제 종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통언론(Legacy media)부터 자체 정화에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정치인을 비롯한 공인들과 SNS 인플루언서들도 허위조작 정보로 재미 볼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만약 언론인양하며 계속 가짜로 장난치다가는 결국 모든 걸 잃고 망한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실감하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의견과 사실을 구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미디어에 접근하고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도 필요하다. 악의적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철퇴를 내려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가짜뉴스를 뿌리 뽑아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윤오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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