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다시는 ‘철수’ 없다

정효식 2023. 2. 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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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 정치에디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또다시 ‘철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1위 후보가 사퇴하는 거 봤냐”며 중도 사퇴론을 일축했다. 당초 안 의원은 3위권에서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로 친윤계가 똘똘 뭉쳐 미는 김기현 의원을 제치고 당권 주자 1위로 급부상한 터였다. 그런 안 의원을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고 규정하며 제동을 건 모양새가 연출됐다.

안 의원으로선 12년 정치 인생 중 4번의 ‘철수’ 끝에 ‘고’를 선언한 것이다. 2011년 9월 서울시장 박원순 후보에 양보, 2012년 12월 대선 문재인 후보에 양보, 2021년 4월 서울시장 오세훈 후보와 여론조사 경선 단일화와 지난해 3월 대선 윤석열 대통령과 단일화다. 지금은 오히려 2016년 3당 국민의당을 창당 직후 야권통합 압박에도 “광야에서 죽어도 좋다”고 선언했을 때를 연상시킨다. 버티기만 하면 당 대표 당선엔 실패하더라도 당내 차기 주자로 각인될 수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한 뒤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문제는 대통령이 여당 당 대표 경선에 공개적으로 개입하거나 훈수를 두는 현 상황이다. 새천년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 지명했던 한광옥 대표 임기를 끝으로 2002년 4월 이후 20년 이상 없었던 광경이다. 이후 당원이 지도부를 직접 선출하는 정당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최소한의 당·청 분리가 이뤄졌다. 대신 고위당정협의회 등 당·정 간 정책 조율을 위한 공식 제도가 마련됐다. 당 총재 1인의 사당(私黨)에서 민주주의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정당 민주화였다. 그래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물론 대통령이 ‘보이는 손’으로 당무에 다시 개입한다면 우리 민주주의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국민은 윤 대통령이 안 의원을 단일화 이후 11개월 만에 ‘적’으로 돌린 데 또 한 번 놀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안 의원이 경선 캐치프레이즈로 ‘윤·안 연대’를 내건 게 소위 ‘역린’을 건들었다고 한다. 일개 당 대표 후보가 대통령과 ‘동급’이라며 권위에 도전했다는 거다. 그런데 ‘단일화’를 ‘연대’란 표현으로 바꾼 게 그만큼 불경죄인가. 실제론 내년 총선 공천권 때문이란 얘기가 여권에 파다하다.

2022년 3월 3일 ‘공정과 상식, 통합과 미래로 가는 단일화 공동선언문’에서 두 사람은 “원팀(One Team)으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국민통합정부를 성공시키겠다” “국정 파트너로 국정운영을 함께하고,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을 함께하겠다”고 국민에 약속했다. 그런데 국정 파트너는커녕 당권 도전조차 용납 못 한다는 모습으론 정작 중요한 국민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정효식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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