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歷知思志)] 샤오펀훙
‘샤오펀훙(小粉紅)’이라고도 불리는 분노청년은 강력한 중화주의를 표출하는 중국 청년세대를 지칭한다. 중국 칼럼니스트 랴오바오핑은 이들에 대해 “맹목적으로 애국하고, 광적으로 외국을 배척하고, 자신이 대단하다는 어리석음을 가지고 있고, 경솔하고 시끄럽게 구는 병적인 민족주의자” “머리가 없고 하루종일 반미, 반일만 생각하는 영원히 성장하지 못한 감정적인 동물”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에 따르면 분노청년은 과거 홍위병과 공통점이 있다. 애국을 앞세워 매국노와 부역자를 색출·징벌하려고 한다. 홍위병은 서양과 관련된 이들을 수정자본주의자라고 비난했다. 분노청년도 서양이나 일본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 부역자·주구·이모자(二毛子)라고 공격한다. 이모자는 동북지역 사람 중 러시아인 혈통이 섞인 사람들을 지칭하던 용어로 청나라 말에는 천주교 신자나 서양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이들이 정치 지도자에 의해 이용된다는 점도 비슷하다.
샤오펀훙(小粉紅)의 탄생과 활동 양상이 아이돌 팬덤에서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돌 숭배가 국가나 정치인에 대한 숭배로 전환되었고 여기에 팬덤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표현방식, 조직동원방식, 실천방식이 모두 이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비단 중국만의 문제일까.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 지도자는 법을 무시해도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거나, 그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용납하지 못하는 풍경이 한국도 익숙하지는 않은가.
유성운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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