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 속 아이들 울음…구조 장비가 없다”

박형수, 서유진, 이승호 입력 2023. 2. 8. 00:22 수정 2023. 2. 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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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잔해에 깔려 있다. 아직 살아 있고 소리가 들리는데 잔해를 치울 장비도, 구조해 줄 이도 없다.”

지난 6일(현지시간)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시리아 북부 알레포주 진디레스 마을의 지진 피해 현장에서 한 시리아 남성이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류애로 우리를 도와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7일 사망자가 5000명을 웃도는 가운데 다음 주면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나왔다. 강한 여진이 100여 차례 이어지고 있어 추가 피해가 뒤따를 수 있는 상황이다.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7일 오후 4시 기준 5151명에 달했다고 BBC·CNN이 전했다. 튀르키예에서 3549명, 시리아에서 1602명이 희생됐다. 부상자는 3만 명에 달했다.

캐서린 스몰우드 WHO 유럽 담당 선임 비상대책관은 전날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초기 수치에서 8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뷰 당시 튀르키예·시리아 양국의 사망자는 2600명 수준이어서, 다음 주에는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액 GDP의 2%” 경제도 재난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성의 지진 전(위)과 후(아래)의 사진. 2000년 전 로마제국 시대에 지어진 성의 주요 건물이 이번 지진에 무너져내렸다. [사진 트위터 캡처]

파괴된 건물은 튀르키예에서만 1만 채를 웃돈다. 정확한 피해 상황이 보고되지 않는 시리아에선 건물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해졌다.

로저 무손 영국지질조사국(BGS) 연구원은 “겨울철 잔해에 갇힌 주민들의 생존 가능성이 떨어져 사망자가 수만 명까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번 지진은 튀르키예에서 84년 만에 발생한 가장 큰 지진이다. 역대 최악은 1939년 12월 27일 튀르키예 동북부 에르진잔에서 발생했다. 규모 7.8의 지진으로 약 3만3000명이 사망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역사적 유적들이 크게 파괴됐다. 튀르키예 남부 유적지이자 관광명소인 가지안테프성의 동쪽과 남쪽, 남동쪽의 보루 일부가 파괴됐다. 이 성의 일부는 고대 히타이트(BC 1600~BC 1178년께) 때 만들어졌으며, 2000년 전 로마제국이 주요 건물을 지었고, 비잔티움(동로마) 제국의 유스티아누스 1세 때 확장됐다. 성 인근의 시르바니 모스크의 돔과 동쪽 벽도 일부 무너졌다.

시리아에서는 알레포 성채 등 중요 문화유산이 지진으로 다수 파괴됐다. 알레포 성채는 13세기에 지어진 전략적 요충지로, 궁과 군사시설·종교사원 등을 갖춰 하나의 도시 기능을 하던 유적이다. 시리아 제2 도시인 알레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도시로, 구도심 전체가 198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이미 60%가 파괴된 알레포 구도심 지역 민가는 이번 지진으로 또다시 붕괴됐다.

지진으로 카라만마라슈, 말라티아, 아디야만, 아다나의 공항이 파손됐고 고속도로도 일부 부서졌다. 하타이에서는 병원과 항구 등이 일부 붕괴하는 등 기간시설 피해가 컸다. 이라크와 아제르바이잔산 원유가 해외로 나가는 관문인 튀르키예 남부 제이한항의 수출 터미널 가동도 일시 중단됐다.

지진의 여파로 7일 튀르키예 남부 항구인 이스켄데룬항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지진이 튀르키예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이미 리라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초고물가) 위기를 겪는 와중에 지진이 강타했기 때문이다. 7일 장중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인 달러당 18.85리라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튀르키예 증시는 전날보다 1.35% 하락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USGS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액이 10억~100억 달러(약 1조2500억~12조5000억원)에 달할 확률이 34%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튀르키예 GDP의 1~2%에 달하는 규모다. 100억~1000억 달러일 확률은 30%, 1000억 달러 초과 가능성은 14%로 전망했다. USGS는 “이번 경제적 피해는 국제적 지원이 필요한 수준”이라며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지진은 터키 국민소득의 약 10분의 1이 발생하는 지역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남부는 북서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지진이 없었던 곳이다. 그러다 보니 재난에 대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내진 인프라가 부족한 건물, 시리아의 내전 상황 등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튀르키예 가지안테프 지역은 대다수 건물이 밀집돼 있으며 흔들림의 피해가 큰 저층의 벽돌 조적(쌓아올림) 구조로 지어졌다. 1999년 지진 이후 튀르키예 정부가 내진 설계를 강화하는 걸 골자로 한 건축법을 개정했지만 이전에 지어진 낡은 건물들이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가 이번 강진에 피해를 키웠다.

2011년부터 12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는 전투 중 심각한 손상을 입은 건물이 많아 피해가 컸다.

박형수·서유진·이승호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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