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쇼크 LG디스플레이…지금이 바닥일까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2. 7.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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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기 통과 중…길게 보고 투자할 때
지난 1월 4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LG디스플레이 모델이 3세대 OLED TV 패널을 소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영업손실이 확대되며 연간 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이 악화되며 주가도 반 토막 났다. 지난해 2만46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LG디스플레이는 같은 해 12월 29일 1만24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2년 1월 대비 49.39% 하락한 수치다. 9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도 4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 시장이 상승세를 타며 LG디스플레이 주가도 다소 올랐지만,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하다. 올해도 흑자전환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구조적인 성장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고강도로 진행 중인 구조조정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창사 이래 최초’ 연간 적자 2조원

올해도 흑자전환 어려울 듯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3016억원, 영업손실 87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7.1% 줄고, 영업이익은 476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분기별 적자폭이 2분기 4883억원, 3분기 7593억원, 4분기 8757억원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특히 증권가 전망치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7조5305억원, 영업손실 6767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매출은 전망치 대비 3.04% 낮은 수준이며, 영업손실은 무려 29.4%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26조1518억원, 영업손실 2조850억원이다. 2021년 2조2306억원 흑자에서 1년 만에 2조원이 넘는 적자로 돌아섰다. 2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은 LG디스플레이 창사 이래 처음이다. 지난 2020년에도 연간 3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근본적인 이유는 수요 감소에 따른 패널 판매량 부진이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이 이어지면서 TV와 스마트폰, 노트북 등 IT(정보기술) 기기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에서 부품을 구입해 완성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들의 재고 조정 여파로 디스플레이 패널 주문량도 대폭 줄었다.

회사는 “지난해 경기 침체로 수요 부진이 심화됨에 따라 전방 산업의 재고 조정 여파가 하이엔드(고부가가치) 제품군에까지 영향을 미쳐 제품 판매가 크게 줄었다”며 “실수요가 언제 회복 국면에 접어들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LCD 수요 부진에 따라 지난해 12월 파주에 위치한 7세대 TV용 LCD 패널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며 고정비 부담이 커졌다. 중국 8세대 TV용 공장 역시 일부 가동을 중단하며 올해 생산량을 50%가량 축소하는 중이다. 회사는 향후 LCD TV 사업에서 더 이상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분석하고 고객사와 합의된 물량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사업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대신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비중을 확대하고 수주형 사업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할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회사는 올해 수요가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아직 뚜렷한 회복 신호는 나타나지 않는 상황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연간 실적을 매출 23조6922억원, 영업손실 1조2696억원으로 예측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센터장은 “LG디스플레이의 대부분 제품이 TV나 PC, 스마트폰 등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제품”이라며 “매출 구조가 B2C에 몰려 있기 때문에 수요 동향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북미·유럽과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되는 중국에서 수요 회복을 전망하고 있지만 막상 구체적인 지표는 나타난 게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매출 구조도 OLED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거시경제와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경기 변수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TV라는 재화의 수요 변동폭이 크지 않고 PC와 스마트폰의 교체 주기도 길어지면서 IT 부문 성장도 이미 멈춘 상태”라며 “PC 시장이 회복해야 업황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부문 역시 적자로 전환하며 빠른 회복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추가 하락도 제한적

전장·체질 개선에 기대

전문가들은 LG디스플레이 주가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결국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이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디스플레이 산업 특성상 단기간에 업황이 살아나기는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1만2000~1만5000원을 오가는 박스권에 갇힌 모양새다.

그러나 주가 추가 하락 역시 제한적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 낙폭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현 주가 수준을 바닥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바닥을 다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또한 시장에서 예상하는 수요 회복 여부도 아직 확신하기 이른 단계기 때문에 투자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동원 센터장은 “적자 규모가 가장 커지는 분기를 바닥으로 봐야 한다”며 “이 시기를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최악을 통과하는 시기로 판단된다”면서 “단기적으로 큰 폭의 주가 반등은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에 투자 관점에서 3~4년 정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대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전장 디스플레이 부문의 성장과 현재 진행 중인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다.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전장 사업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차량용 초대형·슬라이더블·투명 OLED 등을 2026년까지 상용화해 시장 주도권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수 애널리스트는 “TV나 IT의 구조적 성장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전장 디스플레이가 장기적인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강도 구조조정과 재무 구조 개선 과정도 주목할 만한 소재다. 회사는 현재 LCD TV 출구 전략을 가속화하고 수주형 사업 중심으로 운영하는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고정비 부담은 커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운영 효율화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긍정적인 체질 변화를 주목할 만하다. 최근 재고 축소를 통해 다각도로 진행 중인 비용 효율화의 기반을 다졌고, 사업 구조를 수주형과 수급형 사업으로 구분해 고부가 매출의 전략적 육성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중기적으로 수주형 사업 구조는 안정화될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5호 (2023.02.08~2023.0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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