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멈춰도 증시는 ‘우울’…FOMO 경계
1월 25일 여의도 하나증권 본사에서 만난 황승택 하나증권 센터장은 지난해 국내 증시를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팬데믹을 겪는 도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쳤고, 가속화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은 긴축에 나섰다. 수요가 둔화되면서 나타난 경기 침체 우려가 연쇄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황 센터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때 랠리가 이어지기도 했다”며 “그러나 줄어드는 유동성과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가 글로벌 환경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주며 추세적인 반등에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증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미국 금리 인상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 인상이 멈춘다고 해도 소비 둔화나 기업의 실적 악화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그가 예상하는 올해 코스피지수 밴드는 2200~2550선이다. 황 센터장은 “코스피 이익 증가율이 급락하는 국면에서 이중 바닥을 형성했던 2008~2009년과 비교하면 최근 저점 2130포인트 대비 3% 정도 높은 2200포인트에서 바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상단은 기업의 이익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연준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던 2013~2016년 상황과 비교할 때 2550포인트를 고점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황 센터장이 주목하는 변수는 만기가 임박한 회사채와 최종 금리 수준 도달 여부다. 먼저 그는 올해 상반기에 회사채 만기가 몰려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업들은 고금리로 차환 발행을 하거나 보유 중인 현금으로 상환하는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두 경우 모두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고금리로 차환 발행을 하면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보유 현금을 활용하면 기업 성장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부실했던 기업의 조정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선물 시장을 보면, 투자자들은 내년 상반기 금리가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투자에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을 벗어나 최종 금리에 도달하는 시점이 지연될 경우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황 센터장이 전망하는 올해 말 미국의 최종 금리는 5%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하락 전환이 현실화되고 있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물가 안정이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연준의 금리 동결 기조도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최종 금리는 3.5% 수준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국내 경기를 견인해온 소비가 둔화될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크게 밑돌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내년 4월 총선 일정까지 감안하면 추가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황 센터장 예측이다.
로봇·원전 관련주 눈여겨봐야
성장주는 올해도 어려울 것
황 센터장은 더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는 시점에 도달하면 투자자들은 주식 투자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에도 시장 반등은 경기 침체가 끝나기 전에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금리의 고점을 판단하는 것이다. 황 센터장은 그 시점을 3분기로 전망했다. 올해 중순부터 증시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눈여겨봐야 할 분야로는 로봇과 원자력발전을 꼽았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를 대비한 글로벌 기업들의 비용 축소 일환으로 인원 감축이 가속화되는 현상을 고려한 결과다. 이 경우 생산성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인공지능(AI), 스마트팩토리 등에서 로봇의 쓰임새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원전은 지난해 정권 교체로 산업에 대한 기조가 바뀐 상황에서 산업에 우호적인 글로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가 무기화되는 상황에서 각국 에너지 안보와 독립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폴란드, 네옴시티 등 다양한 원전 이슈가 있었고 잠재 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에 올해도 시장 관심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지난해 부진했던 성장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황 센터장은 “성장 기업은 일반적으로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며 “투자 관점에서는 미래 잠재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미래 이익을 할인해서 현재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반영하는 비중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올해 시장의 유동성은 위축되고 밸류에이션에 대한 매력도는 낮아질 것”이라며 “이런 조정기에 자금이 충분치 않은 기업들은 파산 위기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성장주가 상승세를 타려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흐름이 나타나야 하는데, 현재 경제 지표를 고려하면 주가나 실적을 낙관하기 이르다는 분석이다. 연초 나타난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반등도 다소 이른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 센터장은 “지난해 다른 섹터 대비 플랫폼 등 성장주의 낙폭이 컸던 것은 사실이나 올해 이들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실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나 커머스는 경기와 연동되기 때문에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가총액 상위권에 포진한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서는 하반기 반등을 예상했다. “현재 전방 산업 수요 위축으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과감한 설비 투자 규모 축소가 진행 중이다. 업체들의 적극적인 공급 조절로 올해 하반기부터 수급 정상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FOMO’ 빠지지 않게 유의해야
끊임없는 학습·과감한 손절 필요
황 센터장은 2023년이 투자자들에게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투자 전략은 존재한다. 그가 추천하는 전략은 시장에서 주목받는 테마에 단기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단,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에 빠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장에서 로봇이나 AI 테마가 급등하면서 FOMO 현상을 느끼는 투자자가 많다. 하지만 괄목할 만한 수익률을 보이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데서 느끼는 소외감으로 섣불리 시장에 진입한다면,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손절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센터장은 “기관 투자자는 손절 기준을 정해놓고 기계적으로 집행한다”며 “개인 고객도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 기계적인 손절을 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학습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최근 리서치센터가 발간하는 보고서에 대한 대중적 접근성은 개선된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의 정보 수집이 수월해졌다는 뜻이다. 다만 수많은 정보를 수집해도 개별적 의사 결정 단계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개인이 스스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단, 개인 투자자는 기관보다 정보를 전달받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투자의 정확한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황 센터장은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추천했다. 특히 경기 불확실성이 큰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센터장은 “실적 상승이나 영업이익률 개선 등 기존 보수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 평가 방식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5호 (2023.02.08~2023.0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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