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제도 짓밟은 기만적인 국토부"

김병기 2023. 2. 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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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천막농성 365일 기자회견..."환경영향평가 중에 시공사 입찰"

[김병기 기자]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진행한 천막농성 365일을 맞아 2월 7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병기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새만금신공항 설계·시공 입찰에 들어갔습니다. 환경영향평가는 휴지조각이라는 걸 국토교통부가 노골적으로 자인한 꼴입니다. 국토부는 환경영향평가의 법적 근거를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 오동필 공동집행위원장은 7일 세종시 국토교통부-환경부 청사 앞에서 진행된 천막농성장 앞에서 이같이 성토했다. 공동행동이 이곳에서 천막농성을 벌인지 365일. 아침, 점심, 저녁 선전전과 천주교 미사를 통해 새만금신공항 사업의 철회를 외친 지 1년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거짓말로 점철된 새만금간척사업의 역사부터 언급했다. 간척사업은 1987년 노태우 후보가 대선 1주일 전 전북의 표심을 얻기 위해 급조한 공약으로 시작됐다. 당초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의 갯벌을 매립해 육지와 담수호를 만들어 쌀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100% 농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30%로 바뀌었고 미세먼지 날리는 메마른 땅을 만드느라 30년 이상 소중한 세금을 쏟아 붓고 있다"면서 "새만금호는 이미 수질 개선이 불가능하여 담수호 계획은 실패했고, 유일한 해결책인 해수유통의 필요성을 정부도 인정할 수밖에 없어 하루에 한 번이던 해수유통을 두 번으로 늘린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새만금간척사업이라는 거짓을 새만금신공항이라는 거짓으로 다시 덮으려 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새만금신공항 사업은 현재 15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인 환경영향평가가 이제 막 시작된 상태이다. 사업 단계상으로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된 후 환경부 협의여부에 따라 입찰을 진행하는 게 타당하다. 그런데 국토부 서울지방항공청은 지난 1월 20일 조달청을 통해 새만금신공항사업의 설계 및 시공에 참여할 업체에 대한 입찰공고를 의뢰했고, 1~2개월의 검토를 거쳐 입찰 공고할 예정이다."

이들은 국토부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터무니없이 불합리한 처사"라면서 "환경영향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사업 진행 문제없음'이라는 기만적 결론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국토부와 전라북도가 내세운 새만금신공항 개발사업의 목적은 국제공항 건설을 통해 전북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새만금 지역을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지로 발돋움시켜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한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소송 법률대리인인 녹색법률센터 최재홍 변호사는 "2019년에 서울대에서 새만금신공항 관련 사업성 평가가 있었는데, 비용대비 편익 분석 결과가 0.479이 나왔다"면서 "경제성 분석 결과는 항상 뻥튀기를 하는 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저조한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가령 100원을 투입하면 50원도 건질 수 없는 사업을 통해 전북 경제를 발전시킨다고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진행한 천막농성 365일을 맞아 2월 7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병기
공동행동은 이날 공동회견문을 통해 새만금신공항을 '국제공항'으로 건설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제기했다.

"새만금신공항 계획상 활주로 길이는 2.5km밖에 되지 않아 C급 항공기만 취항할 수 있고, 비행기를 댈 수 있는 주기장이 고작 5개(무안국제공항 50개)밖에 되지 않은 작은 시설 규모는 국제공항으로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핵심주력 노선으로 상정한 중국 노선은 군산공항 취항이 불허됐던 것처럼 미군의 반대로 취항되지 못할 것이 불보 듯하다."

이들은 또 "새만금신공항의 관제탑은 바로 옆 군산공항과 연결하는 유도로 편입부지에 위치하고 통합관제권은 미군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므로 독립된 민간 국제공항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은 "전북경제를 발전시킬 사업도,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사업도 아니며, 오로지 토건자본만을 배불리고 미군의 대중국 전쟁기지 확장에 기여하게 될 미군의 제2활주로 건설 사업에 불과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기후붕괴 앞에 매립된 갯벌을 복원하여 재자연화해도 모자랄 판에 탄소를 흡수하고 국제적인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처가 되어주는 소중한 갯벌을 파괴하며 탄소를 배출하는 쓸모없는 공항을 늘릴 수는 없다. 진정으로 전북 경제를 걱정한다면 소중한 갯벌을 없앨 일이 아니라 순천만처럼 자연 그대로 수라갯벌을 보존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

이들은 이어 "국토부는 불합리하고 무책임한 입찰 진행을 멈추고 엄밀한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한 후 협의기관인 환경부 및 관련부처의 철저한 검토를 받아야 한다"면서 "조달청은 국토부의 입찰의뢰를 반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천막농성장 앞에서 전과 떡을 돌리며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김지은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천막농성 초기에는 전국의 지역단체 활동가와 대표들이 돌아가면서 천막을 지키며 선전전을 해왔는데, 세종과 대전, 서울, 심지어 제주에서도 달려와서 자발적으로 천막 지킴이가 되어주신 시민들이 있었다"면서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1년 동안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위원장에게 새만금을 지켜야 이유에 대해 물었다.

"이 싸움은 전북 도민만의 싸움이 아니다. 수라갯벌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기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는 자본과 정부에 맞서, 이들의 생태학살에 맞선 저항의 의미가 있다. 생명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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