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경제, 벼랑 끝으로 내몰려…살인적 인플레에 대지진 강타

김상도 2023. 2. 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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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질조사국, 손실액 GDP 2% 로 추산
주가·리라화 가치 급락 등 금융시장은 요동쳐
막대한 경제적 피해로 "5월 대선·총선에 영향"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아다나에서 구조대와 주민들이 강지진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 AP/뉴시스

지난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과 100여차례에 걸친 여진으로 튀르키예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국 화폐 리라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초고물가) 위기를 겪고 있는 판국에 1939년 12월 이후 튀르키예에서 기록된 가장 강력한 지진으로 인한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까지 덮친 탓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5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와 총선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튀르키예는 이번 강진이 발생하기 전부터 경제난에 시달렸다. 지난해 10월 인플레이션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85.5%나 치솟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살인적 물가상승에도 기준금리를 오히려 낮춰 인플레가 심화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리라화 가치도 지난해 초 달러당 13리라대에서 연말엔 18리라 후반대로 급락했다.


이런 와중에 강진에 따른 대규모 물적 피해가 발생해 경제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번 강진으로 튀르키예 동남부 카흐라만마라슈, 말라티아, 아드야만, 아다나 등지의 공항이 파손됐으며 고속도로도 일부 부서졌다. 하타이에서는 병원과 항구 등이 일부 붕괴하는 등 기간시설 피해가 컸다. 튀르키예에서만 건물 1710여채가 파괴됐다. .


튀르키예를 통한 중동의 원유 운송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라크와 아제르바이잔산 원유가 해외로 나가는 관문인 튀르키예 남부 제이한항의 수출 터미널 가동도 일시 중단됐다. 이곳을 통한 하루평균 수출량은 100만 배럴로 세계 석유 공급량의 1%에 달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또 BTC 파이프라인과 키르쿠크-제이한 파이프라인 가동이 사고 예방 차원에서 일시 중단됐다.


지난 2일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시민들이 식료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튀르키예의 손실 규모가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USGS는 지진으로 인한 피해액이 10억 달러(약 1조 2600억원)에서 100억 달러에 달할 확률이 34%로 가장 높다고 예측했다.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하는 규모다. 100억~1000억 달러일 확률은 30%, 1000억 달러 이상일 가능성은 14%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1999년 8월 17일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했을 때에도 성장률이 2.5% 가량 하락했고, 2020년 1월 튀르키예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집계된 피해 규모는 6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튀르키예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 추산 5%, 로이터의 전문가 설문조사에선 3% 전후로 예측됐다.


폴 마틴 마이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과기대 교수는 채널뉴스아시아(CNA)에 “지진이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인구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할 것”이라며 “반경 300㎞ 도시와 마을이 파괴되고 가스, 전기, 수도관과 같은 생활기반 시설이 모두 멈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지진은 터키 국민소득의 약 10분의 1이 발생하는 지역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초대형 악재로 이날 튀르키예 금융시장은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이스탄불 증권거래소에서 보르사 이스탄불(BIST)100 지수는 전날보다 1.35% 하락한 4930.18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5%까지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보르사 이스탄불 30 선물 지수는 전날보다 4.5% 폭락했다.


리라화 가치는 오전 한때 사상 최저인 달러당 18.85까지 곤두박질쳤다. 리라화 가치는 지난 10년 동안 달러화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상태다.


이번 강진은 오는 5월 14일 튀르키예 대선 및 총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재집권을 노리고 있지만 살인적 인플레로 야당 후보보다 지지율이 낮은 상황이다. 강진에 따른 경제난까지 가중되면 반(反)에르도안 여론이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2년 동안의 내전으로 국가 경제가 황폐화된 시리아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시리아의 GDP는 2010~2020년 절반 이상 줄었고 2018년엔 저소득 국가로 재분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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