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튀르키예 신속 지원”…국제사회 “구호” 한목소리
6일 새벽(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 남부 등에 발생한 유례 없는 강진에 세계 각국은 모처럼 한뜻으로 신속한 ‘구호 외교’를 가동했다. 튀르키예가 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물론 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도 “튀르키예 구호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최소 45개 국가가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혔다고 독일 통신 도이체벨레(DW)가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깊은 애도”를 전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미국은 나토 동맹국인 튀르키예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튀르키예의 수색·구조 노력을 지원하고 부상자와 이재민을 돕기 위한 우리 팀을 신속하게 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나토 갈등’ 스웨덴도 “돕겠다”
역대급 재난 앞에 각국은 튀르키예와의 복잡다단한 외교·역사적 갈등은 잠시 내려놓고 일제히 애도 메시지를 내고 있다. 튀르키예와 역사적 앙금이 있는 그리스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일찌감치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전화해 “즉각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리스는 과거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전례가 있어 역사 문제 등에서 튀르키예와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최근 나토 가입 문제를 놓고 튀르키예와 긴장 관계인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터손 총리 역시 “튀르키예의 파트너이자 EU 의장국으로서 도울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트위터로 발표했다. 현지 매체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독일·프랑스 등 13개 이상 EU 회원국들이 튀르키예 현지에 구호팀 파견 의사를 밝혔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이슈와 관련해선 이번주 초까지만 해도 튀르키예와 서방 국가들이 갈등을 빚었다. 나토 가입 추진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스웨덴의 시위대는 지난달 말 수도 스톡홀름의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이슬람 경전 코란을 불태우며 반(反)튀르키예 시위를 벌였다. 덴마크·네덜란드에서도 ‘코란 태우기’ 시위가 벌어지자 튀르키예는 스웨덴·네덜란드 등 서방 9개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6일 지진을 계기로 이런 외교 문제도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갈 공산이 커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튀르키예·시리아 국민과 완전한 연대” 의지를 밝히면서 EU 회원국들 간 단합을 주문했다.
러시아·우크라도 “지원” 한뜻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오랜만에 같은 목소리를 냈다.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지진으로 수백 명이 사망하고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지금 우리는 튀르키예 국민의 편에 서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지진 피해 지역인 시리아 북부에 군인 300명을 보내 잔해 정리와 실종자 수색을 돕기로 했다고 중화권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에도 구호 의사를 전달했으며 이는 받아들여졌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한국 정부도 약 110명의 외교·군·소방 인력으로 구성된 긴급 구호대를 튀르키예에 파견하고 500만 달러(약 62억9000만원)의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한국전쟁 당시 피로 맺어진 형제”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한국 “피로 맺은 형제”…중·일도 애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각각 메시지를 보내 애도를 표했고,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지시에 따라 국가재난대응군 소속 수색 구조대와 의료팀, 구호 물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규모 지진이 잦은 일본도 “구호 인력 70명을 현장에 보낸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롯한 걸프 국가 정상들도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150명의 의료진과 수색대 등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6일 새벽 튀르키예 남부 가지안테프의 서쪽으로 약 37㎞ 떨어진 지역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이 지역과 인접한 시리아까지 7일 기준 5000명 가까이 숨지고 건물 수백 채가 무너졌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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