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나이 70세부터”…시민의식 못 따라가는 법감정

박선혜 2023. 2. 7. 17: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7년 설문조사 결과 “노인 연령 기준 70세”…올해는 72세로 상향
노인복지법 상 39년째 기준 65세로 고정
시민단체 “노인 빈곤율, 빈부격차 커…해결책 먼저 찾아야”
7일 한 지하철 역에서 시민이 우대권을 뽑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시민들 사이에서 노인을 판단하는 연령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법적 노인 연령 기준은 정부의 상향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인 빈곤율 상승 우려·시민단체 반발 등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6일 서울시가 공개한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노인(만 65세 이상)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였다. 현재 법적 기준인 만 65세보다 7.6세 많다. 

이 같은 인식은 5년 전과도 다르지 않다. 2017년 4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실렸던 노인실태조사 논문 결과에서는 65세~74세의 경우 노인시작 연령은 67세라고 판단했고, 75~84세 집단은 70세부터라고 인지했다. 특히 65세~74세 응답자 중 55%는 ‘자신이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며 노인 시작 연령은 73세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정부 제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면서 일각에서는 “노인은 늘어나는데 대책이 없다. 이젠 65세 이상도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처럼 운영하는 것은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크고 형평성에서도 어긋난다”는 주장이 하나 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경로우대 제도 중 하나인 무임승차 나이 연령을 먼저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최근 지자체에서 제기된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시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무임승차로 인한 서울지하철의 연간 평균 손실액(2017~2021년)은 3236억원으로, 서울 지하철 경우 6명 중 1명꼴로 요금을 내지 않고 있다. 전국지하철 연간 평균 손실액은 5000억원 이상이다.

이와 관련 정부 부처에서도 1984년 마련된 무임승차 연령 기준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2017년부터 무임승차 연령 인상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태스크 포스(TF)까지 만들었지만 별 다른 실효성은 보이지 못했다.  

지하철역 일회용 카드 충전기. 만 65세 이상은 주민등록증 혹은 운전면허증을 스캔하고 우대용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5년간 3차례 조정 시도…“돈도 없는데 이동할 권리도 빼앗나” 반발로 무산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기준 연령 인상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건복지부도 ‘한국노인과학학술대회 토론회’를 통해 “노인 연령 기준 조정은 정부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정책 과제”라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지하철 무임승차, 정년 등 많은 정책과 연관이 돼 있다. 반드시 개선은 필요하지만 각 부처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과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약 한 달간 여야의 찬반 토론이 이어졌지만 개선점은 없었다.

이후 2019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노인 복지정책별 연령기준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 번 불씨를 키웠다. 같은 해 11월에는 보건복지부가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과 대응방향’을 통해 기초연금 등 노인소득보장 정책은 대상 연령을 상향키로 했다. 다만 이 역시 노인 기준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완전하게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 기준만 일부 변경했다.

그러던 복지부는 2020년 8월 하반기 ‘경로 우대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던 경로 우대 제도 수정, 경로 연령 상향 등을 본격적으로 바꿔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결국 2023년까지도 기준은 65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가 잇따라 연령 상향을 시도했음에도 문제가 장기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리나라 노인의 높은 ‘빈곤율’에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NPRI(국민연금연구원) 빈곤전망 모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8.97%이던 노인빈곤율은 2025년 37.68%으로 조금씩 낮아질 것으로 에측됐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5%(2019년 기준)보다 2.9배나 높으며 노인들 사이 빈부 격차도 큰 편에 속한다. 또한 고령화에도 불구 공공 일자리는 줄어들고 정년퇴임 연령 기준에 대한 개선안도 마련되지 않아 자칫하면 노인 빈곤률이 높아져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노인 연령 기준의 현황과 쟁점(2021)’ 보고서에서는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거기다 복지혜택의 중점에 놓인 대한노인회 등 시민단체의 반발도 개선안의 발목을 붙잡는다. 대한노인회 관계자는 “그 동안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논의는 많이 나왔다. 55세부터 정년퇴직이 시작되는데, 이에 대한 개선책 없이 경로 우대와 같은 복지 혜택부터 줄이고자 나오는 것은 노인 빈곤율을 극대화하는 일”이라며 “일자리도, 돈도 없는데 이동할 권리도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법률적 검토 진행하겠다” 

최근 대구시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의 자’에게 수송시설을 무료로 또는 요금을 할인해서 이용하게 할 수 있다. 대구시는 ‘65세 이상의 자’는 ‘65세부터’가 아니기 때문에 66세, 70세도 상관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노인복지법상 연령 해석과 조정 필요성에 대해 법률 자문을 통해 검토하겠다는 의견이다. 정부에서도 연령 기준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지자체부터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무임승차 연령 조정은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고 여러 의견 수렴이나 공론화 과정도 필요하다. 법제처 유권해석과 전문가 조언을 받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Copyright © 쿠키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