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물 포화' 앞둔 고리 원전 숨통…임시저장시설 7년 뒤 운영

정종훈 2023. 2. 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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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 전경. 송봉근 기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포화를 앞둔 고리원전에 숨통이 트였다.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추진하는 계획이 통과되면서다. 이 시설은 2030년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7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첫 이사회를 열고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지역사회 반대 등에 미뤄졌던 고리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 설치가 첫발을 뗀 셈이다.

고리원전은 고준위 방폐물이 제일 빨리 포화 상태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31년엔 원전 내 습식저장조가 가득 차면서 방폐물 저장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 등으로 포화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게 확실시된다. 추가 저장시설이 없으면 사실상 원전 운영을 멈춰야 한다.

이번 의결로 고리원전 방폐물 처리엔 속도가 붙게 됐다. 원전 부지 내에 들어서는 이 시설은 고준위 방폐물이 저장된 금속 용기를 별도 건물 안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설계·인허가·건설 등의 과정에 약 7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저장용량 포화 직전인 2030년부터 시설 운영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곧바로 시설 설계 발주에 들어가기로 했다. 한수원은 "전력 공급 안정뿐 아니라 운영이 중단된 고리 1호기의 적기 해체를 위한 사용후핵연료 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 경주 월성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맥스터) 전경. 연합뉴스

고리뿐 아니라 한빛(2031년), 한울(2032년) 등 다른 원전들도 줄줄이 고준위 방폐물 포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원전의 안정적 가동을 위한 임시저장시설 설치는 윤 정부가 추진하는 원전 계속운전 등과도 맞닿아 있다. 원전 수명을 연장하려면 방폐물 저장시설 확충이 불가피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리원전은 한고비를 넘겼지만 역시 포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한빛·한울도 건식저장시설 설치가 빠르게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 등은 고리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설치에 반대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영구처분장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이에 대해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설계 방향이 구체화하면 설명회·공청회 등을 통해 지역과 소통하면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면서 "고리 지역과 협의해 합리적 지원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시저장시설의 안전성 등엔 문제가 없다고 본다. 건식저장방식은 원전을 운영 중인 33개국 중 24개국이 채택하고 있다. 다만 별도의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설치 등을 규정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특별법 공청회에서 "원전 내 (방폐물) 포화 시점과 2050년 이후 운영될 처분시설 간의 불일치 때문에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운영은 불가피하다. 영구처분장처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역사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사용후핵연료를 (원전에서) 반출하겠다고 명시하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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