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유적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가자, 서쪽으로]
[김찬호 기자]
방콕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남짓이면 방콕 인근의 역사 도시인 아유타야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에 있어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지만, 저는 방콕을 떠나 아유타야에서 이틀 밤을 묵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수코타이로 가 이틀을 묵었죠. 거기서 다시 북쪽으로 이동해 태국 제2의 도시 치앙마이에까지 도착했습니다.
방콕에서 아유타야, 수코타이, 치앙마이까지 계속 북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유타야나 수코타이나 태국의 역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도시이지만, 사실 저는 태국 역사의 방향과는 반대로 이동한 셈입니다. 태국의 역사는 남진의 역사에 가까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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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유타야의 왓 프라스리산펫 |
| ⓒ Widerstand |
그렇게 남하해 태국인이 자리잡은 중심지가 수코타이였습니다. 여기서 수코타이 왕국을 개창했죠. 이것이 1238년의 일이었습니다. 수코타이는 곧 람캄행 왕을 중심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지금의 태국 중북부 지역을 대부분 장악했습니다. 태국 문자의 원형도 이 시기에 확립됩니다. 중국 측 기록에서는 태국을 '섬라(暹羅)'라고 칭하는데, 이 가운데 '섬(暹)'이 수코타이를 의미한다고 하죠.
물론 여기서 '장악'이나 '지배'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와는 다릅니다. 수코타이 왕국이 직할 통치하는 범위는 수코타이라는 도시 뿐이었습니다. 다른 도시와는 해당 도시의 지배자와 후원-피후원 관계를 맺어 간접적으로 통치했죠. 이 관계는 상당히 유동적이고, 때로 중첩적이기도 했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전통적 국가체제인 '만달라적 정치체제'의 전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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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코타이의 왓 마하탓. |
| ⓒ Widerstand |
특히나 아유타야 왕국은 하나의 단일한 왕조가 계속해서 이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몇 차례 반란으로 왕통이 단절되고 다른 가문의 사람이 왕이 되었죠. 다만 여전히 중심지를 아유타야에 두고 있었고, 국가 체제가 유사했기 때문에 '아유타야 왕국'으로 통칭하는 것 뿐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반란 가운데에는 수코타이의 출신의 귀족이 반란을 일으켜 아유타야의 왕이 된 사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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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유타야의 왓 마하탓 |
| ⓒ Widerstand |
그 과정에서도 국력은 확장되었습니다. 전성기를 이끈 나레수안 왕 시기에는 임진왜란에서 조선을 돕기 위해 병력을 파견하겠다고 중국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17세기에 아유타야는 인구 1백만을 넘는, 세계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가 되었죠.
서구 국가들은 한때 태국을 인도, 중국과 함께 아시아의 패권국으로 인식하기도 했습니다. 언급한 '섬라(暹羅)'에서 '라(羅)'가 아유타야를 의미한다는 설도 있습니다. 물론 전성기가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미얀마와 이어진 끝없는 전쟁은 결국 아유타야의 쇠락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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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유타야 왕궁 터 |
| ⓒ Widerstand |
탁신은 미얀마의 지배에 반란을 일으킨 뒤 곧 아유타야를 차지했고, 흩어진 도시들을 다시 규합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철저히 파괴된 아유타야에 자리를 잡을 수는 없었죠. 탁신은 결국 톤부리를 기반으로 왕위에 올랐습니다. 이 톤부리 왕조가 한 대만에 몰락하고 라마 1세가 톤부리의 강 건너편에 건설한 도시가 바로 지금의 방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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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코타이의 왓 소라삭 |
| ⓒ Widerstand |
그리고 그렇게 기차와 버스에서 내리고 나면, 폐허가 되어버린 유적을 안고 있는 도시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도심지 한가운데에 무너진 사원과 불상이 서 있습니다. 벽돌 몇 장으로 남은 사원을 로터리 삼아 도로의 차들은 무심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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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코타이의 왓 프라파이 루앙 |
| ⓒ Widerst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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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개인 블로그, <기록되지 못한 이들을 위한 기억, 채널 비더슈탄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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