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도 죽게 생겼다" 추위 덮친 구조현장, 골든타임 24시간 뿐
"부모님이 잔해 속에 깔려있어요. 부모님의 '살려달라'는 외침이 들리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 구할 수가 없어요."
7일(현지시간) 새벽 비가 쏟아지는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州)에서 데니즈는 망연자실한 채 이렇게 울부짖었다. 전날 새벽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덮친 강진으로 부모님이 건물 잔해에 깔렸지만, 종일 구조 인력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강진이 발생한 지 24시간이 지난 가운데, 야간 수색과 구조 작업이 한파에 난항을 겪고 있다. 통상 지진으로 무너진 잔해 속 생존자는 72시간까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한겨울 영하의 온도 속에선 저체온증 때문에 '골든타임'이 24시간으로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실종자 가족들의 안타까움과 초조함이 깊어지고 있다. 튀르키예 남부 지역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가운데 오는 10일까지 눈과 비도 예고돼 있다.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당국은 지난 6일 오전 규모 7.8의 지진이 강타한 가지안테프 등 남부 10개 도시로 구조대원 1만여 명과 병력 3500명을 파견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최소 5606채의 건물이 붕괴했으며, 현재까지 잔해 속에서 총 7840여 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의 비상 구조 대응력은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추운 날씨 탓에 생존자 수색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데다, 여진도 이어지며 구조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고 한다.
특히 피해가 큰 튀르키예 하타이와 카라만마라슈 등 일부 지역에선 시내로 통하는 도로 인프라가 망가지며 이동이 통제된 탓에 구조 작업에 차질이 빚어졌다. 루푸 사바스 하타이 시장은 "붕괴된 건물 아래 아직 도움받지 못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번 지진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튀르키예의 최악의 재해"라며 국제사회의 원조를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영하권의 추위에선 최대 24시간까지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생존자 수색 작업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재난관리 전문가 불렌트 오즈만은 미들이스트아이와의 인터뷰에서 "구조는 일분일초를 다투고 있다. 밤에는 기온이 더 떨어지고 어두워서 잔해를 걷어내는 게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세르바르 이르마즈 하타이 의사협회 회장은 "잔해 속 생존자들은 부상보다 추운 날씨로 저체온증에 걸려 죽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지진을 피해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재민들도 고통 속에 있다. 일가족이 모두 사망한 경우도 많고, 아무런 대비 없이 노숙하는 처지에 놓인 이들도 많다. 튀르키예 하타이에서 자녀 4명을 데리고 무너지는 집을 간신히 빠져나왔다는 네세트 굴라는 로이터에 "우리 상황은 재앙"이라며 "배고프고 목마르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겨울철 외투도 걸치지 못한 채 담요 하나를 나눠 덮고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추위를 견디고 있다.
시리아 지진 피해 지역에서도 도로가 끊기고 전력공급이 막히면서 구호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성명을 내고 이번 강진의 영향을 받는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는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는 인구가 약 41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OCHA는 "지진 피해를 겪는 이들의 대다수가 여성과 어린이이고, 시리아 지역사회는 지난 주말 폭우와 폭설 등 혹독한 겨울철 날씨 속에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엔은 현장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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