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비판한 용산…그 뒤엔 '2개의 박근혜 악몽' 있었다

박태인 2023. 2.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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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청와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 초청 오찬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어색한 표정을 짓으며 함께 앉아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에 가려 MB가 제대로 보이기나 했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6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안철수 의원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여당은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을 이명박(MB) 정부 당시 ‘여당내 야당 대표’로 불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비유한 것이다.

최근 안 의원을 겨냥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참모진의 입을 빌려 잇달아 공개되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이 거론한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발언에 대해 극도의 불쾌감을 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 중심에 서는 건 대통령실도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참모진들은 과거 ‘박근혜 사례’ 재발을 우려하며 대통령실이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중 먼저 거론되는 건 이명박(MB) 정부 당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MB는 당의 전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과 사투를 벌여 간신히 승리했다. 이후 정권을 잡았지만 MB는 당에 포진한 박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어 국정 운영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2008년 총선때 당권을 쥔 친이계가 친박계를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키자 박 전 대통령은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총선에서 ‘친박 연대’와 ‘친박 무소속 연대’는 25명이 생환해 돌아왔고, 한나라당 내부의 친박계 의원을 합치니 그 수가 60여명에 달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친이계 의원들은 110명 안팎이어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의 협조없이 주요 법안을 통과시킬 수가 없었다.

미디어법도 박 전 대통령이 원안 직권상정에 반대하자 신문사와 대기업의 지분참여 한도를 줄인 수정안이 제출돼 통과됐다. 2010년엔 세종시 수정안을 주장하는 MB와 이를 반대하는 박 전 대통령이 정면충돌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 국회 반대 연설에 결국 세종시 수정안은 물거품이 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MB는 대통령 재임 중 단 한 번도 박근혜를 의식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래 권력을 바라보는 대권 주자가 당 대표를 맡는다면 이같은 충돌을 피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7월 15일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거론하는 두 번째 ‘박근혜 사례’는 박근혜 정부 시절 박 전 대통령과 김무성 전 대표와의 갈등이다. 2014년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통령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지원사격했다. 하지만 결과는 김 전 대표의 승리였다. 김 전 대표는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여당내 선두를 달리던 미래권력이었다.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표 간의 관계는 순탄치 않았다. 2015년 공무원 연금개혁을 놓고 당청 갈등이 발생했을 때 표면적으론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과 박 전 대통령의 충돌이었지만, 당시 청와대는 김 전 대표가 유 전 의원과 손을 잡았다고 의심했다. 이후 2016년 총선 때 ‘진박 공천’ 파동이 벌어지자 김 전 대표는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고 낙향해 청와대에 공개적으로 대들었고, 분열된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참패하며 정권 몰락의 길로 향했다.

지난해 6월 7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백서를 전달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이 두 번의 ‘박근혜 사례’에서 나타난 것 처럼 여당에서 미래 권력의 목소리가 커지면 대통령이 어려워진다는게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대통령실 핵심 참모는 “내년 총선 만큼은 당정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줄 관리형 대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모는 “안 의원은 인수위 시절부터 총리와 복지부 장관 등을 모두 거절했다”며 “미래 권력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으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에선 대통령실이 전면에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안 의원의 존재감을 키워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여당 초선 의원은 “안 의원은 박 전 대통령과 달리 당내 세력이 없다”며 “오히려 용산 참모들이 안 의원의 체급을 높여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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