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 “끓여마실 빗물도 모자라”… 광주 30년 만에 제한급수

김영균,장선욱 2023. 2. 7.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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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5개 지역 제한급수 일상화
광주·전남 기상관측 이래 ‘최악’
전남 완도의 수원지 중 한 곳인 금일읍 척치제가 지난달 8일 가뭄 장기화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전남도 제공


“빨래하기도 씻기도 힘들고, 물 받기도 힘들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야할지 막막합니다.”

전남 완도군 노화읍 주민 박모씨는 6일 욕실에 있는 200ℓ 들이 빨간 고무통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남매 2명을 둔 박 씨는 “아이들 학교에 보내려면 받아놓은 물을 날라야 하고, 옷가지는 그냥 찬물로 빤다. 이런 가뭄은 생애 처음”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수돗물이 나오는 날에는 고무통 2개에 물을 가득 채워놓고 가족 4명이 4일을 버틴다고 했다. 제한급수 탓이다. 그는 “급수 날에 온 가족이 한꺼번에 씻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의 작은 섬에서 만난 한 주민도 “최소한 마시고 세수할 물은 있어야 살게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주민은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는 아들이 이따금 택배로 생수를 보내줘 겨우 목을 축이고 있다”며 “여전히 빗물을 끓여 식수를 대신하는 이웃들이 적잖다”고 혀를 찼다. 조도면에선 해를 넘겨 식수난을 겪는 섬이 20여곳에 달한다. 진도군은 섬마을 주민들을 위해 매일 급수선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한계에 직면했다.

광주·전남 지역이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 전남 완도군 5개 지역은 지난해 5월부터 순차적으로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가뭄 피해가 ‘심각’ 단계인 완도지역의 지난해 총 강수량은 평균에 못미치는 765㎜로 평년대비 53% 정도에 그쳤다. 현재 완도군 전체 10개 수원지 저수율은 22%에 불과하다.

특히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고립된 섬 지역의 가뭄은 더욱 심각한 고통을 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제한급수 탓에 대부분 1~2t짜리 물탱크를 들여놓은 소안도 주민 역시 수돗물이 나오는 이틀만 손꼽아 기다린다.

물탱크에 물을 가득 채워 놓았다가 나머지 5일을 버티는 방식으로 근근이 생활한 지도 꽤 됐다. 소안도 주민 2300여명은 제한급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소안도의 급수원인 미라제 저수지 저수율은 5% 수준으로 떨어져 하루하루 말라가고 있다. 섬으로 온 긴급 급수차량이 저수지에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완도군 금일·노화·보길·소안·넙도 등 도서지역은 지난해부터 제한급수 중이다. 2일 급수에 4일 단수는 예사다. 넙도의 경우 1일 급수, 6일 단수가 이루지고 있다.

지난해 전남지역 누적강수량은 847㎜로 평년의 61%에 그쳤다. 이로 인해 주요 상수원인 주암·수어·평림·장흥댐 평균 저수율이 32.5%로 ‘심각’(장흥댐 제외) 단계다.

가뭄이 올 상반기까지 계속되면 식수난과 함께 농작물 피해, 공업용수 부족 등 농민과 도민들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남도는 가뭄 극복을 위해 고흥·해남·완도·신안에 92억원을 지원하고 급수차 운영, 해수담수화시설 설치, 대형관정 개발, 수원지 준설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엔 광역상수도 공급사업 국비 지원도 건의했다.

광주시 공무원이 지난달 17일 물 절약 안내 홍보물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연합뉴스


1993년 이후 30여년 만의 제한급수 위기에 직면한 광주시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부터 가뭄이 장기화된 광주시의 주요 상수원인 화순 동복댐과 순천 주암댐이 속살을 드러낸 채 고갈되고 있다. 지난 1월 평년을 웃돈 강우량 덕분에 당초 3월초로 예상한 제한급수 예정일을 5월초로 두 달 늦췄지만 물 걱정은 여전하다.

동복댐과 주암댐 저수율은 25%와 29% 수준으로 평년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대로라면 4~5월이면 광주지역 3개 자치구와 전남 10개 시군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광주·전남의 젖줄 주암댐마저 말라버릴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지역 2개 자치구 식수원인 동복댐의 저수량도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비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정삼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장은 “집중호우로 댐 수위가 정상 회복될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며 “5월 제한급수를 막기 위해 20% 물절약 운동에 적극 동참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완도·광주=김영균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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