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디스인플레이션의 시대

2023. 2. 7.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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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다소 완화됐다(Inflation has eased somewhat)."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통해 제시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물가에 대한 판단이다.

인플레이션을 경계만 해왔던 연준의 태도가 상당한 수준으로 바뀐 것이다.

연준은 향후 발표되는 미국의 물가 실적치에 집중해 오는 3월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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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다소 완화됐다(Inflation has eased somewhat).”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통해 제시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물가에 대한 판단이다. 인플레이션을 경계만 해왔던 연준의 태도가 상당한 수준으로 바뀐 것이다. 물가 상승세가 다소 완화하는 것을 뜻하는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시대가 시작됐다.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잡혔다는 뜻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 뿐이지 여전히 목표하는 물가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2022년 6월 미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9.1%를 기록한 후 12월 6.5%까지 떨어졌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같은 기간 7.0%에서 5.0%로 하락했다. 그런데도 연준이 목표하는 수준인 2%에 부합하지 않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 흐름인 것이다.

시장과 연준이 같은 것을 보면서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다. 동상이몽이다. 물컵에 물이 반이 남아 있다. 시장은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 말하고, 연준은 ‘반이나 남았다’ 말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물가는 자연스럽게 안정화되는 경로에 놓여 있으므로,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 안정은 연준의 책무이고, 2%라는 목표물가에 부합할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고 단언한다.

연준은 근원물가에 집중하고 있다. 근원물가는 주변 환경에 민감하지 않은 품목들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물가를 말한다. 물가는 크게 식료품, 에너지, 근원물가로 구분된다. 채소류 등과 같은 식료품은 계절적 요인에 따라 급등락하고, 에너지 가격은 전쟁 등과 같은 일시적 충격으로 요동치기도 한다. 따라서 기조적으로 물가가 안정화됐는지를 판단할 때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를 기준으로 한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맞지만, 에너지 가격과 식료품 가격의 영향이지 이를 제외해 놓고 보면 근원물가는 잡히지 않았다. 특히 근원 서비스 물가상승률은 2022년 6월 3.2%에서 11월 3.9%, 12월 4.1%로 오르고 있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향후 금리에 쏠린다. 미국의 추가적 기준금리 인상이 한두 차례 있을 것인지, 아니면 추가적 인상 없이 동결해 나갈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물가를 잡기 위해 시작한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는 0.25%였던 기준금리를 짧은 시간 내에 4.75%로 올려놓았다. 시장은 이 정도 기준금리면 충분히 물가 안정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기준금리는 투자은행들이 결정하지 않는다. 연준이 결정한다.

연준 입장에서는 향후 물가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2023년 연초까지만 해도 경기 침체 혹은 시스템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오직 물가목표만을 달성하기 위해 강한 긴축을 단행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다행히도 미국 경제가 강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3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0%에서 1.4%로 상향 조정했다. 즉 극심한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연준은 향후 발표되는 미국의 물가 실적치에 집중해 오는 3월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다.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에 편승하는 것도 주의하고, 연준의 강한 경계감도 이해해야 한다. 글자가 아닌 행간을 읽어내야 한다.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시장과 연준의 입장차를 판독해야 한다. 시장의 기대만으로도 자본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고, 주식은 심리지표이며 시장에 선행하는 것이니 말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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