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에 공감 더딘 교회… ‘청년 멘토’와 실마리 찾아보길

서윤경,김동규 2023. 2. 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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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흔들리는 청년사역 다시 세울 대안은
청년사역자들은 MZ세대와 기성세대인 교회 결정권자 사이에서 한계를 체감하기도 한다. 교회가 청년 사역분야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청년사역자 양육에 힘써야 할 때다. 사진은 한 교회에서 청년들이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교회 내 젊은 세대의 ‘마음 통역사’라 할 만한 청년사역자들의 현실은 예상보다 암담했다. 청년들의 요구사항을 담임목사나 당회에 전달해도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다. 청년사역자들 상당수는 그 자신이 ‘MZ세대’이지만 교회 안에선 부교역자일뿐 세대 존중은 경험하기 어려웠다. 한국어깨동무사역원 대표인 윤은성 목사가 진단한 청년사역자의 현실이다. 윤 목사는 6일 “청년사역자들은 MZ세대와 결정권자 사이에 끼어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더딘 공감’에 허탈한 청년 사역자

인천의 한 중견교회에서 청년 사역을 하는 A목사는 교회가 청년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변화나 움직임은 굉장히 더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굳이 ‘더디다’는 표현을 꺼낸 이유는 뭘까. 그는 “청년들이 예배 중 찬양을 인도하면 부모 세대는 청년들의 감동을 공감하지 못한다. ‘잘 모르겠다’거나 ‘옛날에 부르던 찬양이 좋다’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 견해차를 좁히려는 노력이 교회 안에서 더디게 이뤄진다는 방증이라 할 만하다.

그나마 청년이 1000명 넘는 대형교회 청년부는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해 상황이 나은 편이다. 문제는 한국교회의 90%를 차지하는 중소형 교회들이다. 이들 교회 청년부 상당수는 예산 등에서 독립적이지 못하다. 이런 환경은 MZ세대를 위한 변화를 고민하면서도 정작 결론은 기성세대 의견에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교회에 실망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게 청년사역자들의 경험담이다.

교회 디자인 트렌드를 연구하는 인권앤파트너스 황인권 대표는 한 목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3, 4년 전만 해도 장로나 권사에게 20대 자녀들이 교회에 다니느냐고 물으면 부끄러워하며 ‘다니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답하는 시대가 됐다고 하시더라”고 했다.

교회를 떠난 청년들은 어디로 향할까. 서울의 한 중견교회에서 청년부를 담당하는 B목사는 “청년 시스템이 장착된 청년교회 아니면 청년에게 의사결정을 허용하는 대형교회로 향한다”고 했다. 윤 목사는 “한국교회의 허리인 중견교회에서 청년이 사라진다면 한국교회의 건강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교회로의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다.

청년사역자도 MZ세대

인터뷰 내내 청년 목회의 어려움을 호소한 사역자들이 ‘익명’을 요청한 건 그들이 교회 안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대전에서 청년부를 담당하는 C목사는 “청년 사역을 하면서 끊임없이 공부하며 그들을 이해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교회가 그런 기회나 여유를 주지 않는다”며 “가끔은 외로울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주목할 건 대다수 청년사역자도 MZ세대이자 청년이라는 점이다. 부교역자로만 대하는 교회 안에서 평생직장보다 조기 퇴사에 익숙한 MZ문화가 청년사역자들에게 고스란히 적용되기도 한다. 청년뿐 아니라 청년사역자도 교회를 떠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윤 목사는 “중형교회의 경우 젊은 사역자들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다. 최저임금 수준인데 하는 일은 많고 기대감은 높아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면서 “대형교회에 가지 못하면 차라리 배달 등 투잡을 하면서 개척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사역자를 양성하라

청년사역자 훈련학교를 진행하는 학원복음화협의회(학복협) 김성희 캠퍼스청년연구소장은 “교회가 MZ세대를 위해 사역 파트너십을 형성해야 한다”며 청년사역자 양성을 강조했다.

교회는 청년 사역을 전문화된 분야로 인정하는 한편 청년사역자들의 지속적인 자기계발이 핵심이다. 윤 목사는 “신대원을 졸업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청년사역자들은 M·Z·알파 등 세대가 세분화되고 특징도 다른 만큼 지속해서 공부해야 한다”면서 “교회도 청년 사역자가 온전히 청년 사역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련 세미나에 갈 때도 교회 눈치를 보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방안도 눈길을 끈다. ‘리버스 멘토링’과 ‘청년 문화 공부’가 대표적이다. 황 대표는 “MZ세대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MZ세대가 시장을 선도하면서 기업들은 그들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리버스 멘토링’ 제도를 일찌감치 도입했다”며 “과거에는 선배, 어른이 멘토 역할을 했다면 리버스 멘토링은 후배, 청년들에게 멘토를 맡기고 어른들이 배우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내일(대학생활 문화정보 잡지)’ ‘캐릿(Careet·최신 트렌드 정보 사이트)’ 등 MZ문화에 접근하는 매체들도 눈여겨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윤경 기자 김동규 인턴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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