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삼 목사의 신앙으로 세상 읽기] ‘더 글로리’ 속 기독교

입력 2023. 2. 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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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칼 바르트는 ‘한 손에는 성경, 한 손에는 신문을’이라는 말을 했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고, 신문을 통해 세상이 어떠한지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나님의 뜻은 이 세상 한가운데서 가장 선명하게 선포돼야 한다.

신학교 재학 시절 설교학을 가르치던 교수님이 늘 ‘본문(text)’과 ‘상황(context)’을 강조했던 기억이 있다. 말씀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 가운데서 해석되고 선포돼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달 17일자 국민일보에 ‘또… 기독교 때리기?’라는 제목으로 항간에 유행하는 드라마 ‘더 글로리’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드라마 속 기독교와 교회 그리고 기독교인의 모습을 보는 것이 참 불편하다.

‘더 글로리’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으로 시달림을 당하던 주인공이 가해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복수를 감행하는 이야기다. 문제는 가해자 중 한 명인 이사라(김히어라 분)가 큰 교회 목사 딸이라는 점이다. 이사라는 온갖 일탈을 일삼고 친구를 괴롭히며 마약까지 흡입한다. 그런데 목사인 아버지는 강단에서 사랑에 관한 주제로 설교를 하고, 그 설교를 듣는 성도들은 ‘아멘’으로 화답한다. 더욱 기괴한 장면이 있다. 이사라가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아버지 교회 성가대에서 찬양하는가 하면, 기도하는 장면도 종종 나온다. 그 모습이 우리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기독교의 모습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를 달성한 ‘오징어 게임’에서도, ‘수리남’이라는 드라마에서도 한국교회는 더욱 기괴할 따름이다. 혹시 한국교회가 ‘K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져 선교의 장애가 될까 봐 더욱 걱정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존재인지 설명하는 것을 ‘정체성’이라고 말한다. 정체성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을 무엇이라 정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군가가 그 존재를 향해 지칭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자기 스스로 주장하는 것보다 누군가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정확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기괴하게 표현되는 한국교회의 모습은 예배드리는 모습과 아주 상반된 삶이 대비돼 등장한다. 이러한 현상은 세상이 교회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이러한 불편한 교회의 모습이 보다 정확한 우리의 정체성일지 모른다.

스콧 솔즈의 책 ‘세상이 기다리는 기독교’에 보면 오늘날 기독교를 향한 세상의 시선이 어떠한지 보여주는 몇 개의 단서가 나온다. 마하트마 간디는 “그리스도는 좋지만 크리스천은 싫다. 크리스천은 그리스도를 너무 안 닮았다”고 말했다. 미국 저널리스트 허브 캐언에 의하면 “거듭난 크리스천의 문제점은 두 번째 생에서는 더 큰 골칫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흡혈귀 연대기(Vampire Chronicles)’의 저자 앤 라이스는 자신이 교회에 속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말한다. 관심이 없다 해도 이해한다. 현재 나는 크리스천이기를 그만두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리스도께는 헌신하고 있지만 ‘크리스천’이나 기독교의 일부가 되는 것에는 더 이상의 관심이 없다. 내가 다툼과 논쟁을 좋아하고 서로 적대적이어서 욕을 먹어 마땅한 이 집단에 ‘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10년 동안 시도해 봤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제 나는 완벽한 아웃사이더다. 내 양심이 그 집단 안에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더 글로리’ 속 가해자 ‘이사라’는 그저 우리의 일상에서 보이는 흔한 한 사람일 수도 있다.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은 ‘이사라’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마틴 로이드 존스는 이렇게 말한다. “복음의 영광은 교회가 ‘세상과 완전히 다를’ 때 세상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더 글로리’는 우리에게 말한다. “교회의 결정적인 특징은 그리스도인이 세상의 한가운데서 가장 모범적인 시민이 된다는 것이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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