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논쟁으로 번진 정찰풍선, 공화당 “중국, 미국 희롱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영공으로 날아든 중국 ‘정찰 풍선’에 적절하게 대응했는가를 놓고 논쟁이 가열하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은 일주일 넘게 중국 비행체가 미국 대륙을 횡단하도록 내버려둔 것은 바이든 정부의 중국에 대한 유약함과 국가 안보에서 우유부단함을 보여준다고 맹공했다.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5일(현지시간) ABC뉴스 ‘디스 위크’에 출연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이것(풍선)이 민감한 군사적 장소를 훑으며 미국을 횡단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그들이 보내려는 메시지는 내부적으로 믿고 있는 ‘한때 초강대국이었던 미국이 이젠 속이 텅 비어 쇠퇴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데이비드 어번은 CNN에서 “중국이 보낸 3층 높이의 거대한 가운뎃손가락이 미국 전역을 둥둥 떠다녔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좀 더 일찍, 결단력 있게 격추 명령을 내리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은 NBC뉴스 ‘밋 더 프레스’에서 “그들은 미국 전역에서 우리 핵무기 기지와 미사일 방어 기지를 살펴봤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긴급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중국 풍선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 대응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검토 중이라고 NBC뉴스가 전했다.
중국 풍선은 지난달 28일 알래스카주를 통해 미국 영공에 진입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사흘 지난 31일 첫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그다음 날 격추 명령을 내렸고, 군은 격추로 인한 지상 피해가 없도록 풍선이 대서양으로 빠져나간 지난 4일 작전을 실행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은 “풍선 처리 방법은 위험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피해 발생에 대한 위험보다 더 큰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적절하게 처리됐다”고 항변했다.
미 국방부는 중국 풍선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3회, 바이든 행정부 초기 1회 영공을 침범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3회 침투설은) 순전히 가짜 허위 정보”라고 반박했다.
미 해군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해안 상공에서 격추한 중국 풍선의 잔해 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수거된 잔해는 미 연방수사국(FBI) 등에 넘겨져 조사·분석을 거치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의원들은 이 풍선에 미국과 동맹국의 첨단기술이 사용됐는지 살펴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풍선을 띄운 주체가 중국 인민해방군 전략지원부대란 분석이 제기된다고 6일 전했다. 해당 부대는 미군 핵무기 시설을 감시하고 우주·사이버 전자전을 담당한다.
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늘 국제법을 유린하고 개별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침범한 것은 미국이었음을 역사가 증명한다”면서 “불가항력에 의한 우발적인 사건을 미국이 고의로 과장 왜곡하고 심지어 무력으로 공격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셰펑(謝鋒)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전날 “민간용 비행선에 굳이 무력을 남용한 것은 명백한 과잉 대응이자 국제법 정신과 국제관례를 엄중히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6일 중국 풍선 관련 질의에 “타국의 영토 주권 침해는 국제법상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워싱턴·베이징=박현영·신경진 특파원, 서유진 기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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