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너지 고물가 시대, 기본은 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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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한 전기·가스요금 되돌리기 쉽지 않아
1인당 전력 소비 세계 3위국 낭비 줄여가야
에너지 고물가 시대다. 맹렬했던 북극 한파가 물러가고 입춘(立春)도 어느덧 지나 봄기운이 느껴지지만, 다락같이 올라버린 가스·전기요금은 예전처럼 내려오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미 가스·전기요금 대폭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누적 적자·미수금을 2026년까지 완전 해소하기 위해 2023년부터 전기·가스요금을 전년 인상분(㎾h당 19.3원)의 두 배 이상인 50원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현실화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결과 지난 1월 우리 국민은 어느 때보다 추웠던 날씨만큼이나 평소의 2~3배로 올라버린 ‘난방비 폭탄’에 경악해야 했다. 지난 정부에서 탈(脫)원전을 추진하면서 가스 수요가 증가했지만 가격 인상을 미뤄 놓았던 게 주원인 중 하나였다. 1년 전 본격화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가스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폭등한 탓도 크다.
에너지 고물가 시대의 직접적 해법은 원자력발전 등 더 싼 에너지를 많이 공급하는 것이지만 당장 현실화하기는 어렵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대안으로 ‘에너지 다이어트’를 제시한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지만 세계에서 열 번째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에너지 과소비 국가다. 전기 소비는 7위다. 에너지 소비 상위 10개국의 1인당 소비량을 비교하면 1인당 최종 에너지 소비 부문에서는 4위, 1인당 전력 소비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가정에서 겨울철 실내 반소매 차림이 자연스럽고, 여름철 가게에선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틀어놓는 것이 당연한 마케팅이었다. 한편으론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진다. 정부와 공공기관 겨울철 난방 온도를 17도로, 여름철 에어컨 가동 온도를 28도로 제한하는 일이다. 겨울엔 추위를, 여름엔 더위를 참을 수 없어 일할 수 없다는 호소가 들려온다. 대표적 보여주기식 행정이다.
중앙일보는 1월 초부터 ‘에너지 과소비 스톱’이란 신년기획을 게재했다. 에너지 과소비에 둔감해진 현장을 고발하고, 에너지 절약 모범 사례를 발굴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오래된 형광등 조명을 고효율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꾸고, 마트의 개방형 냉장고에 투명 문을 다는 사례가 소개됐다. 인버터 장치로 각종 기계의 전기효율을 높이고,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난방을 공급하는 아파트 단지가 개별 난방조절장치를 다는 방법도 나온다. 겨울철 옷을 한 겹 더 껴입는 생활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공공부문이 지난해 10월부터 에너지 다이어트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중간점검 결과 상당수 지자체에서 에너지 사용량이 예년보다 더 늘어났다. 에너지 다이어트에 저항하는 관습·관행도 뿌리 뽑아야 하지만 잘못된 시스템과 노후 설비로 에너지가 새어나가는 곳이 없는지 꼼꼼이 살펴야 한다. 에너지 고물가 시대, 그 기본은 절약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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